[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인재가 최소 58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AI 산업 분야의 급격한 성장이 전망되지만,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쏠림 심화로 기술 혁신 성장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서울 시내 한 의과 대학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김인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에 의뢰한 ‘이공계 인력 부족 실태와 개선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2029년까지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 중급(학사) 인재가 29만2000여명, 고급(석·박사) 인재는 28만7000여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보고서는 “AI 산업 분야의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이를 감안하면 58만여명의 부족 인원은 최소치”라며 “이는 AI 기반 기업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알파벳), 오라클 등의 내년 투자 규모만 5200억달러(약 765조원)에 이른다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투자가 늘어나 인력 부족의 심각성은 더 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인재 부족의 배경으로는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뿐 아니라 ‘의대 쏠림’ 현상이 지목됐습니다. 실제 2025학년도 자연계열 정시 학과 분포를 보면 상위 1%에서 의대가 76.9%를 차지한 반면, 자연계 일반 학과는 10.3%에 불과했습니다. 이공계 내부에서도 이탈의 움직임도 큽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는 2021~2023년 동안 의·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한 학생이 182명에 달해 이공계 의대 쏠림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므로 대응책 마련이 선결 과제”라고 짚었습니다.
보고서는 이공계 인재 부족의 원인으로 미흡한 보상 체계와 낮은 직업 만족도, 불안정한 직업 안정성을 지적했습니다. 먼저 보상 수준의 경우 국내 취업한 이공계 인력이 최종 학위 취득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 받는 평균 연봉은 9740만원으로 해외 취업자 평균 연봉(3억9000만원)의 4분의 1 수준, 국내 의사 평균 연봉(3억원)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직업 만족도 역시 AI·로봇 분야 종사자는 평균 71.3%로 의사(79.9%)보다 낮았습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두뇌 유출 지수도 2020년 28위에서 2025년 48위로 하락했습니다.
직업 안정성 측면에서도 격차가 뚜렷했습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이공계 신규 박사학위자의 30%가 미취업 상태였고, 임시직 비율도 21.3%에 달했습니다. 반면 의사는 전 연령대에서 사실상 100% 취업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보고서는 이공계 인재 유치를 위해 성과 중심의 인사·보상 체계로의 전환과 연구 성과 보상금에 대한 세재 개선 등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AI·첨단기술 분야 인재가 경력 단절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연구 간 인재 순환 구조를 확대하고, 안정성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위상 제고와 연구 몰입 환경 조성 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AI에 사활을 걸지 않으면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게 현실”이라며 “국내외 인재들이 신기술 분야에 모일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를 만드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