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대출로 눈길 돌리던 카드사, 상생 압박에 주춤

당국, 대출금리 인하 압박
"카드론 대체 수익 창구도 막힐 판"

입력 : 2025-12-17 오후 12:29:02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카드사들이 가계대출 규제 부담이 적은 개인사업자대출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분위기입니다. 당국이 개인사업자 대출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그동안 규제를 안 받는 사업자대출이 카드론보다 대출 한도가 높다는 점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영업에 해왔습니다. 정부가 3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에 카드론을 포함시키며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했는데요.
 
카드사들은 카드론을 대신할 돌파구로 사업자대출에 눈을 돌린 것입니다. 사업자대출은 가맹점주에게 운영자금 용도로 제공되는 신용대출 상품입니다. 대출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체 수익 창구로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사업자대출은 그동안 신한카드·KB국민카드·우리카드·BC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를 중심으로 취급해왔지만, 최근에는 기업계 카드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개인사업자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하며 2022년 4월 판매를 종료한 이후 약 3년 만에 재출시했습니다. 삼성카드 역시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사업대출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여신금융포럼에서 "카드사는 사업자 대출금리 인하 등 상생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이 사업자대출을 특정해 금리 인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권 부위원장은 이날 "카드사는 카드 회원과 가맹점을 연결하는 지급·결제 인프라로서 다른 금융회사와 차별화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며 "가맹점 매출 추이와 주 카드 사용 패턴 등을 활용해 사업자 대출금리를 인하하거나, 가맹점 대금 지급 주기를 단축하는 등 상생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사업자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신한·KB국민·우리·현대·비씨 등 5개 카드사의 사업자대출 평균 금리는 14.07%로 집계됐습니다. 카드사별로는 현대카드가 15.95%, 우리카드 13.78%, KB국민카드 13.77%, 신한카드 13.72%, 비씨카드 13.13% 순이었습니다. 5개 카드사의 신용점수 900점 초과 대상 사업자대출 평균 금리는 12.45%로, 같은 구간의 카드론 평균 금리인 10.2%보다 약 2.25%p 높게 나타났습니다.
 
금융당국이 서민 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사업자대출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서, 카드사 입장에서는 또다시 수익성에 경고등이 커졌습니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1금융에 이어 2금융에도 상생에 동참해달라는 의미일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지시가 내려온 게 아니지만 카드사들은 금리 인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카드론이 묶인 상황에 카드사 수익원에 다시 한번 타격을 주는 것"이라며 "카드사들에 당근책 없이 압박만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카드사도 지금까지 해왔던 영업 방식으로 사업자대출을 팔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종합상가 점포 앞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유영진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