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대신 3국 수출 전환…“수출 경합 대비해야”

미중 무역 갈등…중국의 수출 변화로
아세안·아프리카·EU·인도 등에 몰려
한-중 수출 경합 우려…“경쟁력 보완”

입력 : 2025-12-15 오전 11:00:07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이후 중국이 미국 대신 제3국으로 수출선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중국의 이러한 수출 변화는 아세안·아프리카·유럽연합(EU)·인도 등 4대 전환지에 몰려 한국과 중국 간 수출 경합 심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5일 발표한 미 관세 부과 이후 중국 수출선 전환 분석 및 시사점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시기마다 대미 수출 비중을 줄이며 수출국 다변화를 가속화해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수출 대상국 집중도를 나타내는 중국의 HHI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기에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인 2018659였던 HHI 지수는 2019561로 줄었고, 이후 하락세를 이어온 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올해(1~10) 376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HHI지수는 국가별 수출 비중의 제곱을 모두 더해 산출한 수치로 값이 클수록 특정 국가에 집중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특히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도 트럼프 1기인 2019년에 전년 대비 2.5%P 줄었지만, 글로벌 수출시장 점유율이 0.3%P 늘어났습니다. 트럼프 2기가 들어선 지난 2월부터 미국의 대중 수입관세가 인상되며 올해 1~10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7% 감소한 반면, 대세계 수출은 베트남(22.3%), 인도(12.3%) 등 제3국을 중심으로 5.3% 증가했습니다. 무협은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대미 수출 감소분을 중국이 제3국 시장에서의 수출 확대를 통해 상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습니다.
 
품목별로는 무선통신기기·컴퓨터·배터리 등 중국의 미국 시장 주력 품목 전반에서 대미 수출 감소폭이 컸으나, 3국 수출 증가분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선통신기기·컴퓨터의 올해 1~10월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감소했지만, 대세계 수출은 각각 0.2%, 4.9% 감소에 그쳤습니다. 배터리 또한 대미 수출이 16.3% 줄었으나, 대세계 수출은 오히려 23.9% 증가했습니다.
 
특히 소비재보다는 무선통신기기 부품·배터리 등 중간재에서 제3국 수출 증가폭이 더욱 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올해 10월까지 중국산 중간재의 제3국 대상 수출은 10.5% 증가해 자본재(8.8%), 소비재(3.1%)를 크게 앞질렀다. 보고서는 유통·마케팅 등의 제약이 큰 소비재의 경우 수출선 전환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중국 수출의 4대 전환지로 아세안, EU, 인도, 아프리카를 꼽았습니다. 올해 1~10월 중국의 제3국 수출 증가분 2318억달러 중 대아세안 수출은 무선통신기기·컴퓨터·승용차 등을 중심으로 677억달러 증가해 가장 큰 비중(29.2%)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아프리카 16.1%, EU 14.1%, 인도 5.3% 등 수출 중가세가 이어졌습니다. 주요 전기차 생산시설이 위치한 EU는 배터리 및 게임용구, 아프리카는 승용차 등 수출 확대가 두드러졌습니다. 인도는 글로벌 무선통신기기 조립 허브로 부상해 중국의 관련 부품 수출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중국의 수출선 전환이 향후 한-중 수출 경합 심화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아직 4대 전환지 대부분에서 한-중 수출 경합도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어 아직 영향이 본격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트럼프 1기 관세 부과 이후 EU·인도·아프리카 지역에서 수출 경합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전례가 있어 향후 수년 간 경합 심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허슬비 무협 연구원은 중국의 제3국 수출선 전환은 단기적인 대응 전략이라기보다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면서 중국의 수출 전환이 집중되는 전략 시장에서 기술·품질 기반의 고부가가치화 전략으로 우리 수출의 경쟁력을 보완하고, 품목 다변화를 통해 경쟁 압력이 낮은 영역에서의 선제적 우위 확보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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