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알리페이(Alipay), 위챗페이(WeChat Pay), 유니온페이(UnionPay), 페이팔(Paypal) 등 해외 간편결제 업체들이 10여년간 국내 가맹점 수수료로 막대한 수익을 얻고도 한국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외 서비스업체들은 국내 결제 시장에서 사실상 무등록 영업을 이어오며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외사, 전자금융업 무등록 영업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17일 국세청과 금융감독원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간편결제사의 국내 수익 현황 및 신고 내역,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VAT) 납부 여부 등에 따르면 이들 중 국내에 세금을 낸 곳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세청은 "해외 간편결제 사업자에 대한 별도의 업종코드가 부여되지 않은 상태라, 관련 세금 신고 현황도 별도로 구분·관리하고 있지 않아 제공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금감원은 "해외 간편결제사들은 전자금융업법상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된 바 없다"며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관리 또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무를 하려면 자본금, 재무건전성 등 요건을 충족하고 충분한 전문 인력과 전산 설비 등 물적 시설(지점)을 갖춰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간편결제사들은 애초 국내 금융업 또는 전자금융업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세당국이나 감독당국 차원의 관리·감독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28조 2항에 따르면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는 금융위원회에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또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 신고 및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다만 이는 국내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자에만 해당됩니다.
10여년 전 해외 간편결제사들이 국내 진출을 검토할 당시,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활동한다 할지라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예외로 취급하고, 이들이 사업자 신고 의무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해외 결제사들의 국내 결제 시장 내 영향력이 매우 미미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국내 전자금융업자로 신고하지 않고 국내 가맹점을 통해 수수료를 취득할 뿐만 아니라 알리·위챗·유니온페이 등 중국계 간편결제사를 중심으로 국내 가맹점 내 QR 결제 인프라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캐시리스(cashless)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페이(PayPay)도 중국계 간편결제망을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알리페이의 경우 이미 아시아·유럽 등 40여곳 국가에서 파트너사와 동맹을 맺고 있는데요. 동남아·대만·홍콩 등 해외 간편결제 서비스도 알리페이플러스를 통해 국내 확대 전략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시장의 간편결제 파급 속도가 가파른 가운데 편의성과 접근성이 뛰어난 해외 간편결제가 규제 사각지대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손질해야"
해외 간편결제사들이 국내 사업 실적을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수익 규모를 파악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을 해야 어떤 집계를 하든지 (정보가) 들어올 텐데 사업자 등록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매출이나 수수료를 얼마 받는지 집계는 안 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변했습니다.
같은 관계자는 "국외 사업자도 사업자 등록 대상이 돼서 한다면 당연히 관리가 되고 자료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외 간편결제망에서 국내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있으나 카드사를 통해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운용하는 신용카드 브랜드 비자(VISA), 마스터카드(Matercard)에서 해외 간편결제사 간의 거래로 관리되기 때문입니다.
카드사 관계자는 "가령 국내 신용카드로 아마존에서 물품을 구매했다면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글로벌 카드사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구조"라며 "페이팔에 신용카드를 등록해서 결제한다 하더라도 글로벌 카드사와 페이팔 간의 수수료 수익 분배가 이뤄지고,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 간편결제사에 별도 지급하는 수수료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간편결제사들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에 대한 세납은 결국 해외 국가에 귀속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외 간편결제사는 해외법인이기 때문에 국내 금융업에 대한 과세를 부과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당국이 10여년 전 내린 '외국인 대상 영업은 무등록'이라는 유권해석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해외 간편결제사들의 국내 수익에 대해 세금과 관리감독의 법적 구멍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 상황이 변한 만큼 과세 형평성과 금융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국내 정산 규모에 비례한 등록 의무를 부여하는 등 전자금융거래법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국세청 건물과 해외 간편결제사 알리페이, 위챗페이, 페이페이 광고물. (사진=Chat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