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환율 급등에 은행 달러보험 '방카슈랑스' 점검

입력 : 2026-03-30 오후 3:10:16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고환율 국면에서 환테크 수단으로 과열 수요가 발생한 외화보험(달러보험)과 관련해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 방카슈랑스 점검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점검은 올해 신설된 소비자위험대응협의체 출범 이후 첫 후속 조치 성격입니다. 
 
6개 은행 방카에 2주간 판매 점검 예고
 
30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금감원 은행감독국은 지난주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NH농협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을 소집해 향후 2주간 달러보험 방카슈랑스 판매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구체적인 일정이나 점검 범위 등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방카슈랑스의 달러보험 판매 점검을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점검에 들어간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언론에 얘기할 만한 내용은 별도로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외화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수령)을 원화가 아니라 달러·유로 등 외화로 이뤄지는 보험으로, 달러보험은 외화보험의 한 종류입니다. 일반 보험처럼 연금보험과 저축보험, 종신보험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환율 변동에 따라 보험료 부담과 만기 환급금(보험금) 원화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큰 특징인데요. 고환율 시기에 보험금을 수령하면 환차익을 내지만, 보험금 수령이나 해지환급금 시점 당시의 환율에 따라 환차손이 발생하는 리스크도 있습니다.
 
과거엔 해외 유학 중인 자녀가 있거나 수출입 거래가 많은 무역회사에 수요가 몰렸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달러 자산을 늘리려는 재테크가 입소문을 타면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보험업권은 환차익만을 강조한 판매 관행에 올라타 달러보험만 약 10만건 가까이 팔았습니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로 전년(1364원)보다 4%가량 올랐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간 달러보험 판매 건수는 △2023년 1만1977건 △2024년 4만594건 △2025년 1~10월 9만5421건으로, 최근 3년 사이 급증했습니다. 지난해에만 전년도 연간 판매 실적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같은 기간 판매 금액도 1조4136억원(2023년)에서 2조8565억원(2025년)으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달러보험 과열을 견인한 건 생명보험사였습니다. KB라이프·신한라이프·메트라이프·AIA생명 등 달러보험 주요 판매 보험사의 신계약 건수는 작년 말 11만7398건으로 전년 동기(4만598건)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신계약 초회보험료도 1조5495억원(2024년)에서 2조3707억원(2025년)으로 53%로 증가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16일 달러보험 취급 보험사 임원을 소집해 달러보험 불완전판매 자체 점검을 주문해 제동을 건 바 있습니다. 그런데 2월 말부터 시작된 미국·이란 전쟁 상황과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로 인한 고유가 등으로 다시 환율이 치솟자, 이번엔 은행 방카슈랑스 중심으로 달러보험 재과열 신호가 포착됐습니다.
 
지난 1~2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취급된 달러보험 판매액은 3297억원으로 전년 동기(2262억원) 대비 64.3% 불었습니다. 은행 방카로 판매된 달러보험 초회보험료는 각각 △1월 1769억원 △2월 1584억원이었습니다.
 
금감원 소비자대응협의체 1호 안건
 
이번 점검은 금감원 소비자위험대응협의체의 첫 회의에 따른 후속 조치로 관측됩니다. 금감원 관계자도 예고한 점검과 소비자위험대응협의체 회의 결과와의 연관성은 분명히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20일 '제1차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를 개최하고, 은행에서 판매가 급증한 상장지수펀드(ETF)와 금융당국이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음에도 판매가 이어진 달러보험 등 주요 안건을 논의했습니다.
 
소비자위험대응협의체는 고환율과 원화 가치 급락,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등 상황에서 과도하게 많이 팔린 금융상품에 대해 불완전판매나 범죄 악용 여부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 올해 신설된 조직입니다. 협의체를 통해 그간 금융사고 발생 이후 사후 제재에 치중된 감독 방식을 벗어나 상시 모니터링과 선제적 감독 방식으로 전환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의는 임원진과 국장급이 부서별로 사안을 발표하면 시급성을 따져 안건마다 대응 수위를 결정하는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논의를 통해 이뤄지는 대응은 △서면점검과 경영진 면담(1단계) △현장점검 및 판매 행태 점검(2단계) △판매제한과 조건부 판매, 대규모 현장검사(3단계)로 구분돼 가동될 예정입니다.
 
달러보험 점검, 안정적 환율관리 일환
 
달러보험 판매 과열 및 불완전판매 논란은 지난 2020년 초반에도 있었습니다. 당시 0.26%(2018년)에 불과했던 달러보험 불완전판매 건수는 0.38%(2020년)으로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불완전판매 신고 건수에서 달러보험이 차지하는 비중도 0.7%에서 3.5%로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최근 달러보험 재과열 때에는 지난 2021년 마련한 ‘외화보험 제도개선 방안’에 따라 지난 1월15일 소비자주의보 '주의’ 등급을 발령해 경고 수위를 높였습니다. 금감원은 “달러보험은 환율과 해외 채권 금리에 따라 보험료와 보험금이 변동되는 고난도 상품으로 상품에 가입할 때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달러보험이 환차익을 노리는 환테크 상품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해외 시장금리 하락 시 보험금·환급금 등이 감소할 수 있고, 중도해지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최근 고환율 기조 아래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외환 보유 타격이 가시화하자, 외환당국과 금융당국을 막론하고 개인투자자들의 달러 자산 확보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자산 폴리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자산가들의 니즈가 환율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측면이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달러보험 판매 과열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면서 "안정적인 환율 관리를 위해 증권사에도 해외주식 수수료 인하 등 투자심리를 부추기는 마케팅을 자제한 것처럼 달러보험에 대해서도 관리 수위를 높이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왼쪽)과 인천국제공항 환전소에 표시된 환율 현황판. (사진=금감원, 뉴시스, Gemini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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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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