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베트남 경제가 총제적 난국에 빠졌다.
베트남 최대 국영 조선업체인 비나신그룹이 사실상 부도 사태에 직면했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지난 15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을 ’Ba3’에서 ’B1’으로 한 단계 더 하향 조정하면서 베트남 경제의 위기설이 커지고 있다.
무디스는 6개 베트남 은행과 베트남 국영 석탄산업공사 비나코민의 신용등급도 하향조정했다.
◇ 비나신 지급 불능 우려..은행권 수익 악화 불가피 = 20일 비나신의 6000만달러(693억원) 채무상환일이 도래한 가운데, 비나신이 채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베트남 은행권 전체에 미칠 악영향을 두고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베트남 대형 은행들의 전체 대출 중에서 비나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3% 가량으로, 비나신이 지급 불능에 처하게 되면 비나신의 채권을 보유한 베트남 은행들의 신용도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비나신의 총 채무는 44억달러(5조원)로 이는 지난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4.5%에 해당되며, 드러나지 않은 부분까지 더하면 50억달러를 훨씬 넘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비나신 경영진은 채권단에 6000만달러 채무에 대해 만기 1년 연장을 요구했지만 요구가 관철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시장은 비나신 외에도 베트남 국영기업 대부분과 이들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국영은행들이 비슷한 문제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 등은 현재 국영기업에 대한 대출이 은행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40% 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미 국영기업과 은행 문제는 알려져있지만, 비나신을 통해 위험성을 주목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나신 사태가 부도까지 확산되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범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나신사태와 관련해 "비나신은 국가가 100% 소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비나신의 지불 유예는 베트남 국채가 지불 유예되는 것과 같은 효과"라며 "채무상환 연기는 있을 수 있지만 부도사태까지 진행되도록 국가에서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비나신 문제는 베트남에서는 올해초부터 알려져 온 오래된 뉴스"라며 "베트남 증시에 어느 정도 반영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 급격한 물가상승·무역적자는 복병 = 베트남의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물가상승과 무역적자는 경제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 3분기 7.16%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고, 올해와 내년의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6.7%와 7.5%로 전망되고 있다.
베트남의 지난 11월 물가상승률은 11.1%를 기록하며 올해들어 최고치를 기록했고, 무역적자는 GDP 대비 10%에 해당되는 1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화폐인 동화를 두차례에 걸쳐 5.2% 평가절하했지만 무역적자는 해결되지 않고 수입 물가 상승으로 물가는 더 뛰어올랐다.
무디스는 "물가상승이 두자릿수를 기록하면서 환율 압박을 더 키울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자본 유출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베트남 증시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으로 단기적인 차익실현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내년 설 이후 물가안정과 시중금리 하락 가능성이 있어 지수가 다시 반등을 시도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