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수요 90% 공급?…삼성·SK 엔비디아 납품 속도전

삼성·SK, HBM4 납품 청신호…양강체제로
메모리 ‘슈퍼 사이클’ 대비…생산라인 증설
빅테크발 수요 장기화…“적시 공급에 집중”

입력 : 2025-12-22 오후 3:16:53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2026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시장은 국내 기업 중심의 ‘양강 체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양사가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사가 되면서, HBM4 공급 물량의 90% 이상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양사 역시 공장 증설에 나서는 등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2025년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실물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나서면서 HBM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에서,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에 호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의 HBM4 SiP(시스템 인 패키지) 과정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SiP는 여러 반도체 칩을 하나의 시스템 반도체로 집적하는 패키징 공정으로, 엔비디아의 HBM4 퀄 테스트 단계 중 하나로 풀이됩니다. 사실상 엔비디아에 HBM4를 공급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2~3만장의 HBM4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샘플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 테스트에 사용되는 물량으로, 이미 엔비디아 수출품을 수만 대 양산한 점이 주목됐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부터 출하를 시작해 내년에는 본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엔비디아 HBM 공급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두 기업에 수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9일 두 기업에 대해 “내년 2분기부터 대량 양산이 예정된 HBM4 가격은 공급사별 속도와 성능에 따라 HBM3E 대비 28~58%의 프리미엄이 기대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HBM4 수요의 90% 이상을 공급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의 청주캠퍼스 M15 공장. (사진=SK하이닉스)
 
HBM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전반의 수요 확대가 예상되면서, 양사는 생산능력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2년 전 중단했던 평택 5공장(P5) 공사를 재개했으며, 당초 2028년으로 예정됐던 준공 시점을 1년 앞당겨 메모리 공급 부족 우려에 대응하려 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도 청주캠퍼스 내 M15 옆에 건설 중인 M15X 클린룸을 조기 완공하고 장비를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2027년 5월을 목표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HBM을 포함한 첨단 D램 생산능력을 대폭 확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중심의 수요가 이어지는 한, 첨단 메모리 공급 역량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고가에 HBM을 사려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HBM이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라며 “제품을 납품할 수 있게 생산라인을 유지하고 유지하고 수요를 충족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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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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