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올해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이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주택 공급 절벽이 현실화하는 모습입니다. 건설 원가 상승과 금융 부담이 겹치며 신규 분양이 크게 위축된 것이 배경인데요. 이 여파가 내년뿐 아니라 2~3년 뒤 입주 물량 감소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공사비·환율·인건비 삼중 부담에…민간 분양 물량 급감
24일 부동산R114랩스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올해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일반분양 기준·분양 예정 포함)은 12만1120가구로 집계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는 지난해(15만6898가구)보다 22.8% 감소한 수치로, 2010년 이후 두 번째로 적은 물량입니다. 분양 물량이 정점을 찍었던 2015년(35만8712가구)과 비교하면 약 66% 급감한 수준입니다.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이 줄어든 첫 번째 이유는 건설 원가 부담입니다.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철근과 시멘트 등 주요 수입 자재 가격이 오르는 데다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며 사업성이 빠르게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7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환율 역시 올해 6월 1360원대 초중반에서 최근 1480원대까지 오르며 하반기 동안 약 10% 상승했습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건설사들은 분양 시점을 늦추거나 사업 규모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 외 지역의 경우 분양 시장 온도차가 커 신규 물량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이 줄어든 것은 공사비와 금융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사업성이 상당 부분 악화됐기 때문”이라며 “전반적으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인센티브를 통한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지방은 서울·수도권과 시장 온도 차가 커 분양 물량을 늘리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으로가 문제”…2028~2029년 공급 급감 전망
현재의 분양 위축은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됩니다. 통상 분양 이후 2~3년의 시차를 두고 입주가 이뤄지는 만큼 지금의 공급 축소는 향후 실질적인 입주 물량 급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동산R114랩스의 입주 예정 물량 자료에 따르면 내년 입주 물량은 18만3256가구로 집계됐고, 2027년에는 19만1827가구로 소폭 늘어날 전망입니다. 그러나 2028년에는 14만6211가구, 2029년에는 6만6724가구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급 공백이 본격화하는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송승현 대표는 “분양 물량이 있어야 이후 입주 물량도 나올 수밖에 없는데, 현재는 금융 부담과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라며 “당분간 입주 물량 축소 흐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단기적인 분양 실적 개선보다는 중장기 공급 기반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공사비 부담 완화와 금융 여건 개선 없이는 민간 주택 공급 위축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