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김건희씨에 관한 각종 의혹을 수사한 김건희특검은 180일에 걸친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대통령 배우자가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고, 국민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막 뒤에서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습니다. 특검을 지휘한 민중기 특별검사는 29일 오전 "총 31건, 76명을 기소했다"면서 "대통령 배우자의 권한 남용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크게 훼손되었음을 여러 사건에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빌딩 브리핑실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최종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검은 이날 '김건희와 명태균ㆍ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검은 김건희씨 의혹의 실체에 관해 "대통령 배우자의 신분을 이용해 고가의 금품을 쉽게 수수하고, 현대판 매관매직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각종 인사와 공천에 폭 넓게 개입했다"고 규정했습니다.
특검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청탁 등을 바탕으로 약 3억7725만원의 고가 물품을 받았습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으로부터 통일교 정책지원 청탁 명목으로 샤넬 가방 2개, 그라프 목걸이 등 8239만원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는 사위 인사청탁 등을 위해 명품 귀금속 1억380만원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인사청탁 및 공천을 염두에 두고 이우환 화백의 고가 그림 1억4000만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부부로부터 당대표로 당선된 것에 대한 답례로 명품 가방 267만원 등을 수수했습니다.
김형근 특검보는 "윤석열씨는 배우자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금품 수수 사실이 있었음에도 특검 조사에서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이를 쉽게 믿기는 어렵다"면서도 "현 단계에서는 윤씨가 이를 알았다고 볼 직접적 증거가 충분치 않아 윤석열부부의 뇌물수수죄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특검은 "대통령 배우자의 헌법질서 파괴행위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기존 법률의 한계로 인해 합당한 처벌에 크게 부족함이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건데, 특검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대통령 당선인 포함 △대통령 영부인 공무원 의제규정 두기 등을 제안했습니다.
김건희특검의 민중기 특별검사(앞줄 오른쪽)와 특검보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특검 최종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특검은 윤석열부부를 '정치적 공동체'로 규정하고, 각종 정치적 이권에 대해 공모 관계라는 점을 강조습니다.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한 오정희 특검보는 "김씨가 윤씨의 정치입문 단계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 연장선에서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공천에 적극 개입하는 등 '정치공동체'로 활동한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특검은 이번 수사를 통해, 윤석열부부가 대통령 당선을 목적으로 명태균씨로부터 2억752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에 개입했다며 이들을 기소했습니다.
통일교 의혹 등을 수사한 박상진 특검보는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김씨가 국정에 개입하고, 권성동은 국회의원의 직무를 남용해 통일교의 청탁 실현을 위해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했다"며 "통일교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통일교 조직과 자금력을 통원래 대통령 선거 및 당대표 선거에 개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검은 "추후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수사 인원은 저희가 최소한으로 유지하더라도 공소유지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검찰과 협의 중"이라고 했습니다. 특검이 처리하지 못한 사건들은 법에 따라 국수본에 이첩될 예정입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