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뉴스=뉴시스)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쿠팡 사태 관련해 이틀간 진행된 국회 연석 청문회는 쿠팡 경영진의 답변 태도와 위증 혐의 등을 놓고 거센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31일 국회에서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연석 청문회가 이틀째 진행됐습니다.
이날 청문회는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의원들이 쿠팡 경영진의 책임회피와 셀프 조사 기습 발표를 두고 위증 혐의와 진실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와 이재걸 쿠팡 법무담당 부사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 자체 조사가 국가정보원의 요청과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국정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하고 있습니다
쿠팡 측 주장에 따르면 자체 조사를 지시한 정부기관으로 지목된 국가정보원이 명백한 허위라고 밝혔음에도 로저스 대표와 이 부사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유출자를 상대로 한 진술 청취와 기기 회수 등이 정부 기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자료 요청 외에는 쿠팡에 어떠한 지시·명령·허가를 한 사실이 없으며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면서 "쿠팡 대표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에 따른 위증죄로 고발해 달라"고 쿠팡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이 로저스 쿠팡 대표를 비롯한 쿠팡 경영진에 대해 위증 혐의로 고발, 국정조사 추진 등 후속 조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로저스 대표의 위증 고발 가능성과 함께 김범석 의장 등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 문제를 거론하며 "조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의원실에서 국정원이 지시했다는 근거 자료를 일체 제출하라고 했으나 (쿠팡이) 아직도 제출을 거부하고 있고, 정부가 숨기고 있다는 포렌식 백데이터를 제출하겠다더니 아직도 안 했다"며 "김범석을 지키고 미국만 신경 쓰겠다는 저 오만방자한 외국인을 지금 즉시 위증 고발하고, 대한민국 공권력을 능멸한 책임도 물어 국회 모욕죄도 추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도 쿠팡의 산재 은폐 의혹과 관련된 메신저 대화와 이메일 내역 등을 통해 로저스 대표와 박대준 쿠팡 전 대표의 위증 문제를 짚으면서 "단답형으로 답하라 해도 엉뚱한 서술형 답변을 내놓으면서 질의가 진전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면서 "이미 아는 내용에 대해서도 고의로 진위를 확인하라고 되묻는 것도 위증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비판했습니다.
쿠팡 사태 범정부 TF 팀장인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쿠팡이 조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쿠팡은 지금부터라도 피조사기관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요청한다. 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일벌백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이후 지난달 19일 자료 보전을 요구했으나 5개월 분량의 홈페이지 접속 로그가 삭제되도록 방치했다는 것을 11월 27일 확인했다"며 법 위반 사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배 부총리는 "합동조사단이 160여 건의 자료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50여 건만 제출받은 상태이며, 정작 중요한 정보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에 있어 명확한 사실 기반의 얘기만 해야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보상 방안을 발표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라 쿠팡에 영업정지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재차 언급했습니다.
주 위원장은 "지금 민관 합동 조사를 하고 있다"며 "어떤 정보가 유출됐는지,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지, 피해 회복 조치를 쿠팡이 적절히 할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해서 필요하다면 영업 정지까지 처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 피해와 납품업체들의 피해도 총체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했습니다. 쿠팡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사전 규제 도입과 사후 규제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주 위원장은 우리나라도 플랫폼의 독과점과 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우리나라가 대부분의 선진국이 도입하고 있는 사전 규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사후 규제조차 우리나라의 법체계 자체가 기업에 경제적 제재가 너무나 약하다"며 "쿠팡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노동착취, 소비자 기만, 기업 간 착취적인 관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집단소송제 도입을 검토할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주 위원장은 한국에도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적에 "공정위에서도 집단소송제에 상응하는 단체소송제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는 있다"며 "집단소송제도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국회는 쿠팡에 대한 국정조사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최 위원장은 "증인들의 국회 불출석 및 위증과 관련해서는 과방위 권한으로 이미 검토해서 준비돼 있다"면서 "국정조사 관련해서 과방위는 지난 26일 서면을 작성했고, 지금까지 75명 의원을 서명받아 제출 가능해졌다. 오늘 오후 중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