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놓친 토허제)풀어도 묶어도 문제…지방선거 앞두고 '설왕설래'

핵심지 규제 실패에 외곽만 옥좨...정부·여당 진퇴양난

입력 : 2026-01-05 오후 2:26:21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묶은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정작 강남 등 핵심 지역 집값은 제어하지 못한 채 비규제지역에 풍선효과만 발생시키면서 해제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토허제 해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섣불리 풀었다간 정책 신뢰도 붕괴와 더 큰 집값 폭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토허제는 장기간 끌고 갈 수 없는 임시 조치"라며 "공급 대책 마련 후 시장이 안정되면 종합적으로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해제 기대감에 불을 지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집값이 단기적이나마 잡힌 것으로 보인다"며 "토허구역 해제를 고려해볼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서울행정법원에 10·15 부동산 대책 무효 확인·취소 소송 소장과 효력정지 신청서를 접수했죠. 
 
정치권이 먼저 해제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급등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한강변 일대에 대한 규제는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상승폭이 미미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 지역까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자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래프=뉴스토마토)
 
실제로 토허제 시행 후 규제지역 내에서는 거래가 얼어붙고 전·월세 불안이 커진 반면, 집값은 꾸준하게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과 분양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 주 대비 0.21% 올라 47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정부의 10·15 대책 발표 기준으로 1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것인데요. 지난해 누계로는 8.71% 뛰어 2013년 한국부동산원이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가장 높았습니다. 공급절벽이라는 근본 원인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 못한 채 거래만 묶어둔 대책이 집값을 잡지 못하면서 결국 지방선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토허제 해제할 경우 정부 정책 신뢰도 훼손 우려
 
하지만 토허제를 성급하게 해제할 경우 그에 따른 후폭풍도 적지 않습니다. 시행 불과 두 달여 만에 규제를 거둬들인다면, 토허제의 영향이나 규제지역 지정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정부와 여당이 사실상 스스로 시인하는 모양새가 됩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미 세 번째로 발표된 부동산 대책마저 신뢰를 잃게 될 경우, 향후 내놓을 정책들 역시 시장에서 제대로 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집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토허제를 못 풀 것 같다"며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처럼 억울한 지역이 있지만, 규제는 묶기는 쉬워도 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주택시장이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고, 풍선효과가 생기는 게 뻔한데 민주당을 비롯한 반대 여론도 많아서 풀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일례로 노원구만 풀어주면 그 수요가 노원구로 몰리기 때문에 푼다면 다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소장은 "처음부터 (토허구역 지정을) 안 하는 게 맞았고, 다 풀면 시장에서 부작용이 해소될 것"이라며 "토허제가 있다고 집값이 안정되는 게 아니라 거래량만 줄었을 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풀고 나서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매기는 한편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방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시장에 맡기는 게 옳다"고 제언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허구역 제도 자체를 풀어야 한다"며 "상당히 장기간 지속될 수 없는 제도"라고 단언했습니다. 송 대표는 "해외는 보안·안보 관련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주택 중심으로 시·구 단위로 광범위하게 지정하는 건 문제"라며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송파는 20% 오르고 외곽 지역은 1%도 안 오른 곳이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봄철이 다가오는데 전세 물량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토허구역을 풀어야 한다"며 "신규 공급은 장기 계획만 있어 당장 유통될 물량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토허구역의 문제점은 묶기는 쉬워도 푸는 시점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시장 과열 정도가 심하지 않은 지역까지 규제를 받는다는 지적이 있다"며 "과열이 진정된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습니다.
 
결국 정부는 올해 초 공급 대책 발표 후 시장 추이를 보며 토허제 해제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공급 대책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유휴부지 활용과 그린벨트 해제 정도로 한정적인 데다, 서울 핵심 지역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토허제 해제 여건이 마련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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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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