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황
이재명 대통령의 방위산업 관련 '담론 대전환' 어록을 살펴보면,
2025년 7월8일, 제1회 방위산업의 날, 'K-방산 미래의 길을 찾다'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안보와 민생을 함께 책임지는 중요한 산업인 만큼 민관이 함께하는 생태계 전환과 국제협력 확대에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으며,
2025년 10월20일, 방위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대통령은 "방위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원가 후려치기와 불공정 행위에는 치명적인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했다.
2026년 1월1일, 신년사에서
"일부 대기업 중심 성장에서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하겠습니다. (중략)
연간 수십조원 규모의 방산, 원전 수출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0월2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방위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위산업을 둘러싼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방산은 더 이상 대기업 중심의 군수 조달 산업이 아니라 중소·벤처·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해야 할 국가 전략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방산 현장에서 중소·벤처기업이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기술은 축적돼 있지만 시장은 열리지 않고, 성과를 입증해도 조달과 양산 단계에서 배제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국내에서는 '검증 부족'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다. 기술은 앞서 있지만 제도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글로벌 방위산업의 흐름은 분명하다. 전통적인 무기 플랫폼과 하드웨어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 디지털 트윈, 합성훈련환경(STE), 무인·지능형 체계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영역은 대규모 설비와 자본보다 고도의 기술력과 민첩한 혁신 역량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자연스럽게 방산 중벤스가 기술 개발의 선봉에 서게 되었고, 실제로 다수의 중소·벤처기업들이 국산 전술 시뮬레이션 SW, AI 기반 훈련체계, 지휘·통제 알고리즘, 디지털 전장 환경 구축 기술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성과가 국내 방위산업 생태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산 중벤스는 기술 개발 단계에서는 필요하지만 실증·조달·양산 단계로 넘어가면 다시 대기업 중심 구조에 흡수되거나 아예 배제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국내 조달 시장에서는 '위험한 선택'으로 취급받고, 수출을 위한 필수 조건인 내수 실적(Track Record)을 확보하지 못해 글로벌 진출 역시 제약을 받는 이중 악순환 구조에 갇혀 있다.
이는 개별 기업의 역량 부족이 아니라 방산 생태계 설계 자체가 중벤스의 성장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기반 방산 중벤스의 대표격인 ㈜네비웍스의 사례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방산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내 최초로 국방 지리정보시스템(GIS)를 국산화하고, 이후 디지털 트윈과 AI 기반 훈련·시뮬레이션 기술을 축적해온 사업체로서 약 300여건의 방위사업 수행 경험과 글로벌 전시회에서의 기술 검증은 국내 중소기업도 세계 수준의 방산 SW·AI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종속 구조, 외산 선호 관행, 불명확한 평가 기준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법·제도의 속앓이를 해온 것이다.
하여, '담·정 불일치'가 어떻게 구조화되어 있는지를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향후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네비웍스의 유·무인 복합체계(MUM-T) 개념도. 군집드론과 무인정찰기, 지상무인체계에서 수집된 정보를 통합 분석해 감시–결심–타격으로 연계하는 통합 지휘통제 구조를 구현하고 있다. (이미지=네비웍스)
2. 문제점
1)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과 제도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가?
답: 그렇지 않다. 방위산업 제도 설계와 사업 공고 과정에서 방산 중벤스의 실제 경험과 기술적 제안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제안요청서(RFP) 단계부터 특정 대기업이나 외산 장비의 사양을 전제로 한 규격이 설정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기술력을 갖춘 중벤스의 시장 진입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장의 혁신 주체가 정책의 수요자가 아닌 '관리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는 셈이다.
2) 방산 중벤스의 혁신 기술은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가?
답: 충분히 평가되지 않고 있다. 방산 중벤스가 보유한 핵심 기술력, 전문 인력, 장기적인 연구개발(R&D) 투자 성과는 평가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반면, 과거 매출 규모나 재무제표, 담보 능력과 같은 요소가 과도하게 중시되고 있다. 이는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하려는 기업보다 자본력이 있는 기업에 유리한 평가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3) 현재의 방산 중벤스 배제 구조가 국익과 방위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가?
답: 오히려 장기적으로 국익에 부정적이다. 단기적으로는 안정적 조달처럼 보일 수 있으나, 외산 및 대기업 의존 구조는 장기적으로 기술 종속과 공급망 리스크를 심화시킨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AI 분야에서 외산 의존이 지속될 경우, 위기 상황에서 유지·보수와 개량이 불가능해지는 심각한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4) 방산 중벤스의 글로벌 확장을 고려한 구조가 마련돼 있는가?
답: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 방위산업에서 내수 조달 실적은 수출의 필수 조건이지만 방산 중벤스는 내수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렵다. 그 결과 '내수 실적이 없어 수출이 불가하고, 수출 실적이 없어 내수에서 배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벤스의 성장 기회를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5) 지방에 위치한 방산 중벤스에 대한 우대 원칙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가?
답: 형식적으로만 존재한다.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방산 사업은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다. 지방 방산 중벤스는 기술력과 무관하게 지리적·제도적 불리함을 안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6) 방산 사업 평가는 기술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답: 그렇지 않다. 현장에서는 기술적 우수성보다 행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선택이 우선된다. 이로 인해 "국산 기술을 쓰다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진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결과적으로 외산 또는 대기업 제품이 '안전한 선택'으로 반복 선택되고 있다.
7) 대기업의 과도한 시장 진입은 적절히 통제되고 있는가?
답: 통제되지 않고 있다. 체급을 고려하지 않은 무한 경쟁 구조 속에서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중벤스의 기술 영역까지 진입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는 중벤스를 하청 구조로 종속시키고 방산 생태계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8) '공정한 성장'이라는 정책 담론은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는가?
답: 담론과 현실은 크게 어긋나 있다. 방산 수출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벤처기업의 매출 비중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는 성장의 과실이 특정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으며 정책이 표방하는 '공정한 성장'이 현장에서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9) 부처 간 정책 목표와 현장 집행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답: 심각한 엇박자가 존재한다. 중기부, 산업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관련 부처 간 정책 방향과 집행 기준이 통합되지 못하고 각기 다른 논리로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방산 중벤스는 어느 제도를 따라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
10) 획득·R&D 과정에서 자의적 판단이나 권한 남용의 소지는 없는가?
답: 구조적으로 상존한다. 수요 제기와 규격 설정, 평가 기준 결정 과정이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특정 기업이나 기술에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는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저해한다.
11) 방산 중벤스 간의 공정한 경쟁 질서는 유지되고 있는가?
답: 왜곡되고 있다. 기술 경쟁보다는 외산 벤더나 대기업과의 관계 설정이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기형적 경쟁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는 순수 기술 혁신에 투자하는 기업이 불리해지는 환경을 만든다.
12) SW·AI 등 디지털 방산 분야는 제도적으로 보호받고 있는가?
답: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방산 분야에서 소프트웨어와 AI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국산 SW의 가치와 자산화 가능성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13) 정책 집행자에게는 합리적인 책임과 면책 구조가 마련돼 있는가?
답: 인식과 제도 모두 부족하다. 법적으로는 적극행정 면책 제도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담당자들은 혁신적 선택보다 무난한 선택을 반복하게 되고, 이는 방산 중벤스 배제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0월2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ADEX 2025(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5)를 방문해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3. 향후 대책
1) 단기
• 국산 소부장·SW(AI) 채택 시 가점 제도의 실질적 의무화
• 제안서 평가 항목에 '기술 자립 및 안보 기여도' 명확히 반영
• GS인증 및 기술개발제품에 대한 자동 가점 적용과 인증 검증 강화
• 국산 신기술 적용에 대한 적극 행정 면책 조항의 명문화
• 민·관·군 협력 거버넌스 구축
2) 중장기
• 소버린 AI 구축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 수립
• 군을 '첫 번째 구매자(First Buyer)'로 하는 테스트베드 사업 확대
• 방산 R&D 예산 내 중소·벤처기업 전용 트랙 확대
• SW·AI 저작권 귀속 및 기술료 제도 개선을 통한 기술 자산화
• 사업 규모별 참여 구조 세분화(체급별 경쟁 구조)
• 방산중소기업품목 제도의 확대·상설화 및 엄격한 운영
K-정책금융연구소 담·정 일치 옴부즈만 전문가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