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KT)②수습은 '뒷전'…리더십 '공백'

'법적 임기' 내세우며 현 체제 유지…조직개편·인사 사실상 중단
성과급·계약 현안 맞물려…MS 불공정 계약도 '도마'
인수인계 멈춘 전환기…지배구조 한계 재부각

입력 : 2026-01-13 오후 3:58:01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곤욕을 치르며 소비자 신뢰를 상실한 KT가 수습에는 손을 놓은 듯 보입니다. 김영섭 대표는 법적 임기인 오는 3월 말까지 대표 권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차기 대표로 내정된 박윤영 측과의 교감도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윤영 체제 출범 이전 조직개편과 인사 또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입자 이탈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13일 복수의 KT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대표는 최근 임원회의 석상뿐 아니라 차기 경영진과의 논의 과정에서도 "법적 임기가 남아 있는 만큼 3월 말까지 대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3월 말까지 현 체제를 변화 없이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차기 CEO가 내정된 상황에서 현 대표 권한 행사 범위를 둘러싼 해석과 논란은 KT 내부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현 기류대로라면, 내부에서 논의되던 이달 중순 조직개편 및 인사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인사권은 대표이사의 고유 권한인 만큼, 김영섭 대표의 협조 없이 대규모 인사 단행은 쉽지 않습니다. 연초 위기 수습과 조직 전환을 위한 인사 시계가 사실상 멈춘 셈입니다.
 
 
김영섭 대표의 이 같은 비협조 배경에는 임기 말 보수와 성과급 구조가 가장 먼저 거론됩니다. KT의 임원 보수 체계는 매년 1월과 3월을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확정되는 구조입니다. 1월 임원 평가는 개인 기준 연봉과 단기 성과급 산정의 기준이 되며, 3월에는 해당 임원이 소속된 조직의 핵심성과지표(KPI)를 반영한 조직 평가가 진행됩니다. 이 평가 결과에 따라 주식으로 지급되는 장기성과급 규모가 최종 확정되는데, 3월 이전 조직이나 직위가 변경될 경우 평가 기준이 불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 김 대표는 보수로 14억3700만원을 수령했고, 이 가운데 약 80%가 상여에 해당합니다. 김 대표는 장기성과급 명목으로 지난 2024년 5월과 2025년 6월 각각 KT 보통주 1982주, 5355주를 받았습니다. 이는 이날 주가 기준으로 3억8000여만원 수준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T는 2024년 대규모 희망퇴직에 따른 기저효과와 3분기까지 반영됐던 부동산 개발 관련 단기 분양 이익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치상으로는 김 대표가 또 한 번 성과급 지급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커진 셈입니다. 해킹 사고 수습과 가입자 이탈이라는 위기 국면 속에서도, 임기 말 보상을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임기 내 정리해야 할 현안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전략적 계약 문제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해당 계약이 KT에 불리하게, 불공정하게 체결됐다는 문제 제기가 그간 끊이질 않았습니다. 박윤영 체제 준비를 위해 꾸려진 인수위원회 성격의 태스크포스(TF)도 해당 문제를 인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KT가 MS의 인프라를 쓰고 투자해야 하는 의무가 담겼고, 결과적으로 KT가 MS 애저의 한국 재판매 업자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KT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계약 조건을 둘러싼 내부 문제 제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동기로 작용한다는 해석도 있다"고 했습니다.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해 10월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김영섭 대표는 "사태 수습 후 대표로서 책임지겠다"고 언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현장 혼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기 CEO는 내정자 신분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없고, 현 대표는 연임이 무산된 상태에서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조직개편과 책임 정리가 동시에 멈췄다는 평가입니다. 현재 해킹 사고 수습과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쇄신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기존 책임자들이 그대로 남아 대응에 나서는 무책임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KT의 경영 행보를 두고 지배구조 측면에서의 비판도 제기됩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차기 CEO가 내정된 상황에서 기존 CEO 체제가 인사와 조직 전환에 협조하지 않으면, 업무 인수인계와 연속성이 단절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일반적인 민간기업 지배구조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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