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새해 환율이 경제 복병으로 떠오르면서 '고환율·고물가·고금리'라는 3중고에 한국 경제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환율의 경우 외환당국의 연이은 대책과 미국의 구두개입성 지원사격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환율이 윤석열정부 시절 미국의 관세 부과로 연고점(1487.6원)을 찍었던 지난해 4월 수준으로 다시 치솟을 경우, 서민 물가와 기업의 원가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재명정부는 올해 경제 대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놨지만, 환율 불안에 물가는 물론, 금리도 발목 잡히면서 경제성장률 반등에 제동이 걸린 모습입니다.
하루를 못버틴 '베선트 효과' …환율 1470원선 복귀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3원 오른 1470.0원에 출발해 3.9원 오른 1473.6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앞서 환율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원화 약세는 한국의 견고한 펀더멘털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며 "외환시장에서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멈추기도 했습니다.
실제 해당 발언이 공개된 직후 원·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야간 거래에서 1476원대에서 1470원선으로 단숨에 떨어졌고, 장중 1462원까지 하락한 후 1464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주간 거래에서 곧바로 장중 1470원대를 돌파했고, 이날에도 1470원대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반짝 효과'에 그칠 뿐, 원화 약세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최근 환율 상승의 배경은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물론 연초부터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강경 발언, 이란의 반정부 시위 확산 및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 등 지정학적 불안이 달러 강세를 부추긴 측면은 있습니다. 통상 달러인덱스가 오르고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원화 약세는 통상적인 기류에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은 약해지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벌어지면서, 달러는 들어오지 않고 빠져나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개인투자자, 국민연금 등 해외주식 투자 증가라는 수급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가파른 원화 약세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작년 연고점 돌파 주목…이재명정부 성장 '발목'
정부는 멈출 줄 모르는 환율 상승에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해외주식 양도세 한시적 면제부터 국민연금과 수출 대기업까지 총동원하며 환율 급등을 눌러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일시적 조치일뿐, 환율 상승세를 꺾지 못하면서 거시건전성 조치 가능성까지 공식 언급했습니다.
거시건전성 조치는 외환·자본 이동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외화 거래와 위험 노출을 관리해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수단입니다. 과거 은행 외화부채 부담금이나 선물환 포지션 한도 설정 등에 활용됐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조치가 이뤄진다고 해도 금융기관에 대한 조치가 수수료 인상 등으로 개인 거래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당장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만한 조치는 아니라는 게 시장의 평가입니다.
문제는 환율이 상승세를 멈출 줄 모르고 1500원을 위협할 때입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4월9일 미국의 관세 부과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장중 1487.6원까지 오르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지난해 연고점을 넘어서 최고 기록을 다시 갈아치울 경우,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고환율은 우선 물가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올해도 1470원 내외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2.1%)보다 0.2%포인트가량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또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수급 비용이 커지면서 기업 실적도 악화될 수 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가격 경쟁력이 강해진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원자재 수입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이재명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1.0%)보다 두 배 높은 2.0%로 제시한 상태입니다. 성장률 반등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 예정이지만, 환율 불안에 금리도 발목 잡히면서 통화정책에는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경우 올해를 경제 대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이재명정부의 목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습니다. 환율이 물가, 금리는 물론 성장 제약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환율 상승이 불가피한 흐름"이라면서 "외환당국이 환율의 방향 자체를 바꾸기 위해 개입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완화하고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는 정교한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 강세에 다시 1470원선으로 진입한 가운데, 16일 서울 명동 환전소에 외화 시세가 게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