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손대면 망한다'

입력 : 2026-01-19 오전 6:00:00
사모펀드(PEF)가 들어오면 멀쩡하게 잘나가는 기업도 망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사례와 사모펀드의 구조적 특성이 결합돼 꽤 설득력 있는 가설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건실하게 성장해온 기업이 사모펀드에 인수되는 순간 회사의 정체성이었던 제품의 질과 서비스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서 빠르게 외면당하다가 결국엔 공중 분해되는 사례들이 유독 일반 소비자에게 깊게 각인된 탓도 있습니다.
 
사모펀드를 기업 사냥꾼으로 보는 시각은 기업 인수 후 효율화 명목으로 극단적인 구조조정과 매각을 단행해 투자금 회수 같은 단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태에서 비롯됩니다.
 
간혹 드물게 사모펀드가 피인수 회사를 성장 전략으로 삼고 본연의 기업가치를 키워 시장의 순기능을 도모하는 사례도 존재하기는 합니다. 유니슨캐피탈(현재 UCK파트너스)은 2014년 공차코리아 지분 77%를 약 600억~650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후 브랜드 성장과 글로벌 진출을 주도한 사모펀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공차의 경우 사모펀드가 무리한 차입을 피하고 브랜드와 기업가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초기 인수보다 높은 가격으로 재매각에 성공했죠. 유니슨캐피탈은 공차코리아뿐만 아니라 대만 본사까지 글로벌 사업을 성장시킨 뒤 2019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TA 어소시에이츠(Associates)에 약 3000억원대에 재매각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초기 투자 대비 몇백 배에 달하는 이익을 남겨 성공적인 수익 달성을 실현했습니다. 피인수 기업인 공차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죠.
 
이와 달리 최근에 유통업계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착화한 대표적인 사례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 사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자기자본과 대규모 인수금융을 결합한 LBO 구조로 약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죠. 이 과정에서 5조원의 인수 대금은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조달했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대형마트 경쟁력은 최근 5년간 이커머스의 급격한 성장으로 눈에 띄게 약화됐고, 전반적인 업황도 고전을 면치 못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홈플러스는 과도한 차입금과 이자 상환 부담, 영업손실로 인해 2021년부터 적자폭이 커졌고, 영업력과 재무구조가 동반 악화되는 이중고를 겪다가 결국 작년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인수 시기가 대형마트 업황이 본격적으로 악화된 시점과 겹친 불운도 있었지만,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기업가치 제고보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돼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초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후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 방법을 찾고 있지만 핵심 사업 부문 매각 난항과 자금난으로 녹록지 않습니다. 이달 기준 자금 사정 악화로 폐점이 확정된 점포만 17곳에 달하고,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정상적인 직원 급여 지급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현시점 홈플러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최소 3000억원 규모의 회생 기업 운영자금이 필요하죠. 16일 MBK가 긴급운영자금대출 중 1000억원을 부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홈플러스가 최종 회생계획안에 3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대출을 법원에 요청한 상태지만 국책금융기관이 나서 나머지 2000억원을 대출해줄 명분과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은 힘들어 보입니다.
 
상황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홈플러스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유통 기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에 오를 가능성이 높죠. 결국 홈플러스 회생에서 가장 큰 수혜를 누리는 주체는 대주주이고 채권단과 홈플러스 이해관계자들은 손실을 줄이는 선에서 만족할 뿐입니다. 누구를 위한 회생인지 모를 망가진 기업을 국가와 국민의 부담으로 기회를 줄 명분은 없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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