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경신하며 글로벌 완성차업계 ‘톱 3’ 입지를 공고히 했습니다. 고금리 기조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압박이라는 대외 악재 속에서도 하이브리드(HEV)와 전기차(BEV) 중심의 포트폴리오 개선과 로보틱스 기술력에 대한 호평이 맞물리며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약 11%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입니다. 이는 단순 판매량 증가를 넘어 제네시스를 비롯한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 비중이 늘어난 데 따른 질적 성장입니다.
특히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 등 3열 SUV 라인업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최고’ 평가를 받으며 판매를 견인했고, 제네시스 GV80과 G90 등 프리미엄 세단·SUV도 독일 브랜드 대비 합리적인 가격과 충실한 사양으로 입지를 넓혔습니다.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도 점유율 상승의 주요 동력으로 꼽힙니다.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투싼 하이브리드, 쏘렌토 하이브리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등을 앞세워 전기차 전환기에 있어 중간다리 역할을 해냈습니다.
완전한 전기차 전환을 망설이는 소비자들에게 하이브리드는 연비 개선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 잡았고, 이는 일본 브랜드가 주도하던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전기차 부문에서도 선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EV6와 EV9 등 전용 전기차 플랫폼 기반 모델들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안정적인 판매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7인승 전기 SUV인 EV9은 출시 직후부터 대기 수요가 몰리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충전 인프라 확대와 더불어 800V 초고속 충전 기술 등 차별화된 기술력이 소비자 선택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가 현지 생산 라인과 물류 거점에 본격 투입되며 기술 완성도 측면에서 극찬을 받은 점도 눈에 띕니다. 아틀라스는 자동차 공장 내 중량물 운반, 부품 적재, 검수 공정 등에 투입돼 작업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산업재해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단순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업계에서는 로보틱스 기술이 향후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과 결합하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압박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가 점유율을 지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지 생산 최적화와 공급망 효율화를 통한 ‘정면 돌파’ 전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을, 기아는 조지아 공장을 거점으로 미국 시장 수요에 맞춘 차량을 직접 생산하며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했습니다. 또한 멕시코 등 인근 생산 거점과의 협업을 통해 부품 조달 비용을 줄이고 납기를 단축하는 등 공급망 전반의 효율을 끌어올렸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가격경쟁력 유지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합리적 선택지로 인식되는 데 기여했습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급등한 상황에서 가격을 동결하는 전략이 가격경쟁력 유지로 이어지면서 소비자 선택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