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주요 그룹들이 자사 싱크탱크 수장을 교체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과거 거시경제 지표 분석과 학술적 연구에 치중했던 ‘상아탑’ 이미지를 벗고, 현장에 즉각 적용 가능한 투자 전략과 글로벌 정책 대응을 주도하는 ‘전략 본부’로 탈바꿈하는 모습입니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단순히 경제를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 그룹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실무적 로드맵의 산실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을지로 마천루 전경. (사진=뉴시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차·LG·롯데지주 등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4곳이 지난해 연말부터 올초까지 내부 전략 자문 기관인 싱크탱크 수장을 바꿨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장들의 연령대 하락과 전문성의 변화입니다. 미시적인 투자 전략과 데이터 기반의 실행력을 갖춘 ‘젊은 전문가’들이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SK는 그룹 경영 컨트롤 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의 SK경영경제연구소장으로 1982년 생인 박석중 전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서장(부장)을 발탁했습니다. 기존 맥킨지 출신의 송경열 전 소장이 취임한지 1년 만에 교체로, 수장의 연령도 10년 더 낮아졌습니다.
박 신임 소장은 중국 푸단대 세계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래자산운용·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를 거쳐 신한투자증권에서 투자전략부 총괄을 역임한 중국통으로 꼽힙니다. 앞서 SK가 박성택 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SK차이나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중국 시장에 대한 경영 전략에 변화를 보이고 있는 만큼 SK경영경제연구소 역시 글로벌 공급망 대응과 중국을 비롯한 해외 사업의 실무적 판단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발맞춰 대외 정책 대응 능력을 갖춘 전문가도 눈에 띕니다. LG는 최근 그룹의 정책 싱크탱크인 LG글로벌전략개발원 사령탑에 고윤주 LG화학 CSSO(최고지속가능전략책임자·전무)를 낙점했습니다.
LG글로벌전략개발원은 LG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해외 정세 변화와 주요 국가들의 정책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 전략적인 대응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 자문 기관으로, 지난해 6월 윤창렬 전 원장이 국무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7개월째 공석이었습니다.
고 신임 원장은 30여년간 외교 일선에서 근무한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북미 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북미 외교 전문가라는 게 LG의 평가입니다. 그는 북미국심의관을 거쳐 트럼프 1기 시절인 2019년엔 외교부 북미국장을 지낸 뒤 2021년 주미국대사관 차석 겸 정무공사를 역임했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2기 정부를 비롯한 주요국 정부와 국제기구 네트워크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경영 전략 시나리오 수립 지원 등 그룹 차원의 정책 리스크 대응 체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꾸린 HMG경영연구원의 새 수장으로 1975년생인 신용석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를 영입했습니다. 신 신임 원장은 경제성장·융합형 연구 분야에서 영향력있는 경제학자 중 하나로 글로벌 완성차 시장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전략적 인사이트를 제시할 전망입니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하버드대에서 25년간 기초과학·공학 연구를 이끌어온 박홍근 교수를 디바이스 솔루션(DS)부문의 싱크탱크인 삼성 종합기술원(SAIT) 수장으로 앉혔습니다. 박 원장은 나노기술·화학·물리·전자 분야 연구를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 기술 선점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별로 부르는 조직명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사장단 회의를 할 때 인사이트를 개진하거나, 총수나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돕는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