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야당의 반발로 무산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사실상 마지막 시한인 20일마저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의 칼자루를 쥐게 됐습니다. 다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할 경우 이 대통령도 적잖은 부담을 짊어질 전망입니다.
이혜훈 인청 끝내 '불발'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이날에도 공전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어렵게 모시고 왔는데 인사청문회까지는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끝내 불발됐습니다.
국민의힘은 요지부동입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혹과 관련해) 실질적인 판단 자료는 제출된 게 없고, 현재 (이 후보자도) 제출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라며 "이 후보자가 변명만 늘어놓게 하는 맹탕 청문회가 지금 개최돼선 안 된다는 게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애초 여야는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지난 19일에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일 오전 10시에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여부를 논의했는데요. 국민의힘 소속 재경위 위원들이 자료 제출 미비를 문제 삼아 공방 끝에 파행으로 치달았습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로부터 요청안이 송부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열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후보자의 경우 정부가 지난 2일 요청안을 국회에 보내, 오는 21일이 채택 시한입니다. 다만 21일에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등이 잡혀 있어 사실상 이날이 최종 시한입니다.
결국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갔습니다. 국무위원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기간 내 열리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인 오는 31일까지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재차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보고서가 송부가 되지 않으면 보고서 없이도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이 후보자 임명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이 지게 됩니다.
문제는 여론입니다. 지난 15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52.7%가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보좌진에 대한 폭언 등 갑질 논란을 시작으로 부동산 등 갖은 의혹이 제기된 터라, 이 후보자를 향한 여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시한이 오는 21일인 가운데 사실상 파행 수순을 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힘, '이혜훈 지명 철회' 총공세
전날 약 8시간 동안 국회에서 대기하던 이 후보자는 소득 없이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국민 앞에서 검증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국회의 역할인데, 그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차단하는 것은 국회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청문회에서 국민 앞에 소명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야권은 이 후보자 지명 철회 총공세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익표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을 향해 "청와대에 돌아가서 이 후보자 지명 철회를 건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가 아닌 수사기관에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이 후보자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래미안 원펜타스 아파트 부정 청약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자의 장남은 결혼식과 전세 계약 이후에도 혼인신고와 주소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 후보자 부부 세대원을 유지하다 청약 마감 직후 주소를 옮겼는데요. 이에 위장 미혼을 통한 부정 청약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습니다.
한편 국민의힘이 인사청문회 검증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이 후보자만 이득을 챙겼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민주당도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뒤 입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현재로선 인사청문회 개최 가능성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대통령 지명 인사를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입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