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생산능력 제고를 위해 올해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1년 전보다 30% 이상 늘렸습니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글로벌 산업 판도와 구조가 재편됨에 따라 인프라 건설부터 핵심 소재 수급까지 SK그룹 내 밸류체인을 적극 활용하는 ‘수직계열화’ 전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전략은 공급망 안정을 꾀할 수 있지만, 내부거래가 증가하면 일감 몰아주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공존하는 상황입니다.
경기도 이천SK하이닉스 본사 전경. (사진=SK하이닉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SK하이닉스가 SK에코플랜트를 비롯해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SK트리켐·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웨이퍼를 공급하는 SK실트론,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충청에너지서비스 등과 추진할 예상 거래금액은 총 6조603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체결한 거래액(4조9415억원)에 비해 33.6% 증가한 수준입니다
가장 수혜를 받는 곳은 건설을 담당하는 SK에코플랜트입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SK에코플랜트와 상품·용역거래 계약을 의결했습니다.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반도체공장 증설이 필요해진 데 따른 것입니다.
동일인 등 출자 계열회사와의 상품·용역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올해 거래 금액은 총 6조31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6%가 많습니다. 반도체 관련 계열사와의 거래 금액 전체의 91%를 SK에코플랜트가 차지하는 셈입니다. 매 분기로 보면 평균 약 1조5000억원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SK하이닉스는 SK에코플랜트와 수의계약을 통해 반도체 생산시설(fab)을 구축하며 지원·생산부속 시설 건설은 경쟁입찰을 통해 SK에코플랜트를 선정, 공사를 맡겼습니다.
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소재와 에너지 공급망 역시 계열사 비중이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 반도체 전구체 등을 생산하는 SK트리켐과의 계약액은 총 121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 증가했으며 반도체산업용감광제를 제조하는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와의 계약액은 32.8% 오른 530억원으로 나왔습니다.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관람객이 HBM실물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작년 말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SK트리켐·SK레조낙·SK머티리얼즈제이엔씨·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4개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래액 증가는 SK에코플랜트의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충청에너지서비스와의 예상 거래 금액은 534억2000만원으로 거래량은 14% 증가할 예정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3분기와 4분기 예상 거래액이 각각 74억6800만원, 170억5300만원에서 55억9000만원, 118억4600만원으로 실제 거래액보다 20% 줄었던 것으로 고려하면 가동률 상승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현재 두산과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SK실트론과의 거래 금액은 3439억원으로, 거래량이 전년보다 0.94% 감소하며 대조적인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편 SK하이닉스가 웨이퍼 공급(SK실트론), 소재(SK트리켐), 에너지(충청에너지서비스), 건설(SK에코플랜트)에 이르는 전체 반도체 생산체계를 그룹 내 계열사들로 구성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그룹 시너지’를 꾀하고 있지만 특정 계열사에 일감이 집중되는 등 내부거래 비중이 확대될 경우 공정거래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나 금액이 크다고 부당 내부거래로 단정하기는 어려워 내용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며 “(내부거래 우려에 대한) 부담은 있어도, 비밀 유지가 중요한 사업일 경우 수의계약을 주로 맺는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