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 위치한 ABC마트 GS 홍대점과 바로 옆에 자리한 폴더 매장 전경(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ABC마트코리아가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던 브랜드 폴더를 인수하면서 국내 신발 편집숍 시장은 1강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시장 점유율 1위와 3위 기업이 결합하면서 사실상 ABC마트코리아 중심의 독점 구조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문제는 일본 본사인 ABC-MART, INC.가 지분 99.96%를 보유한 ABC마트코리아가 경쟁 브랜드인 폴더까지 흡수하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독주할 경우, 유통사와 브랜드 제조사 간 불균형한 협상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유통 경쟁이 아닌 '유통 지배'로 이어져 국내 신발 편집숍 시장 생태계 전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신발 편집숍 시장은 약 1조원 규모이며, ABC마트코리아가 약 6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외 S마켓, 슈마커, 폴더 등 국내 유통사가 각각 10% 안팎의 점유율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ABC마트코리아가 폴더를 인수한 이후에는 시장 점유율이 70%~80%대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국내 신발 편집숍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ABC마트코리아가 독점적 사업자로서 브랜드 제조사를 협상 주체가 아닌 종속적 거래 대상으로 인식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BC마트코리아가 초기에는 저가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한 뒤, 이후 가격과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식의 포식적 가격 전략을 통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결국 국내 중소·중견 유통사들은 가격과 규모 경쟁에서 밀려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초근접 출점에 '카니발라이제이션' 우려도
업계에서는 이번 폴더 인수가 단순한 매출 확대 차원을 넘어, 핵심 상권을 선점해 국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ABC마트코리아 측은 "폴더 인수 건 관련해서는 추후 보도자료로 배포할 예정"이라며 입장 표명을 갈음했습니다.
폴더와 ABC마트코리아는 스타필드 등 주요 쇼핑몰은 물론 서울 홍대, 대구 동성로, 광주 충장로 등 핵심 상권에서 초근접 입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폴더 인수·합병이 내부 경쟁을 심화시키는 카니발라이제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은 기업이 신규 브랜드나 채널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외부 경쟁사를 잠식하기보다 자사 기존 사업의 수요를 깎아먹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독점 기업의 카니발라이제이션 관리 전략이 내부 손실을 흡수하는 대신, 국내 경쟁사에 가격·유통·데이터·자본 측면에서 비대칭 경쟁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BC마트코리아의 외형 확장은 국내 경쟁사가 이미 선점된 핵심 상권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익 해외 이전·국내 재투자 논란
시장 독점 논란에 더해, 국내에서 창출된 수익이 로열티, 배당금 등의 명목으로 일본 본사인 ABC-MART, INC.에 이전되면서 국부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ABC마트코리아는 ABC-MART, INC.와 체결한 상표권 및 브랜드 판매권 계약에 따라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시인 2024년도에 발생한 로열티는 78억4303만원으로 전년도에 지급한 로열티 73억2353만원보다 7.1%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처분이익잉여금은 4731억2084만원으로, 매출액의 71.8%에 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기업이 독점적 사업자로 국내 시장을 장악할 경우, 국내에서 창출된 수익이 국내 법인 재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해외 본사로 이전되면서 국내 경제에 대한 낙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수익 대부분이 배당금이나 로열티, 브랜드 사용료, 본사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해외로 이전되고, 국내 법인은 최소한의 운영과 형식적인 투자만 유지되는 것이죠.
ABC마트코리아의 경우 현금 축적이나 배당, 투자 결정은 결국 99.96%의 지분을 보유한 지배주주 ABC-MART, INC. 의사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ABC마트코리아 측은 "2002년 설립 이후 지난 24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을 한국에 재투자하는 것을 경영 원칙으로 삼아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수익의 몇 퍼센트를 어떤 명목으로 국내 법인에 재투자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대외비로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며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회사 측은 "2015년과 2016년, 단 2회에 한해서만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으며, 2017년부터는 배당금 지급을 일절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업 경영 행태'도 도마 위
ABC마트코리아의 기업 경영 행태 전반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공동 창업자인 한국인 대표를 경영에서 배제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직영점 소속 여직원이 상사의 상습적인 폭언과 공개적 질책,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ABC마트코리아는 2002년 설립 당시 한국인 전 대표가 지분 49%, 일본 본사가 51%를 보유한 합작 구조로 출범해 한국거래소 상장도 추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한 이후 일본 본사가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한국인 전 대표를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상장을 위한 내부 감사 과정에서 전 대표의 문제점을 발견했고, 상호 합의에 따라 사임이 결정됐다"며 "보유 지분 49%는 460억원에 회사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직원 사건과 관련해서는 "외부 노무사를 통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책임 있게 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 위치한 매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ABC마트 SP 홍대점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