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중견 철강사
성광벤드(014620)가 구체적인 기업가치제고(밸류업) 플랜을 들고나와 눈길을 끈다. 국내 중견 철강업계는 내수 중심의 매출 구조로 인해 수익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라 적극적인 밸류업 플랜 가동이 어렵다. 반면 성광벤드는 수출 중심으로 매출을 구성하고 있고, 전방 산업의 수요 확대도 지속되고 있어 높은 영업이익이 지속되고 있다. 성광벤드는 부진한 내수 시장 업황을 수출로 풀어내며 밸류업 목표 달성을 위한 자본 확충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사진=성광벤드)
중견 철강사 중 드문 공식 밸류업
9일 업계에 따르면 성광벤드는 올해부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행동에 나선다. 이를 위해 회사는 지난 1월 구체적인 밸류업 로드맵을 공개했다. 계획에 따르면 주가순자산비율(PBR) 1이상 유지·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주주환원율 30%·신사업 진출 및 확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성광벤드와 같은 중견 철강사가 구체적인 기업가치제고 목표치를 제시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자금력 문제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치를 못 박은 밸류업 플랜을 내놓은 중견 철강사는 매우 드물다. ROE를 끌어올리려면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데, 내수 철강 경기가 침체된 현재 분위기에서는 목표치를 못 박기가 쉽지 않다. 적게는 수 십억, 많게는 수 백억원의 투자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공산도 크다. 국내 중견 철강사들은 내수 시장을 주 타깃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현재 이익 수준이 낮아진 상황이다.
회사는 주주환원율 30%(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분 포함)를 목표로 내걸었다. 성광벤드가 구체적인 밸류업 로드맵을 확정 지을 수 있는 배경에는 자본력이 있어서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성광벤드는 누적 매출 1864억원, 영업이익 332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17.8%)은 국내 철강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꾸준히 축적한 이익잉여금(5264억원) 덕분에 자본도 5400억원에 달한다. 총부채(409억원)을 대입하면 부채비율은 7.6%에 불과하다. 지난해 3분기 사이 자본총계 증가율은 4%에 달했다. 보통 원료 가공 등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철강업체 특성상 5% 내외의 영업이익률이 일반적이라 자본증가 속도가 느린 편에 속하다. 게다가 철강 가격 하락으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회사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011.5%로 매우 우수한 편이다.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과 금융상품(예금, 주식 등)의 비중도 전체 유동자산의 36%로 높은 편이다.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높아져도 유동성이 흔들릴 우려가 적다. 게다가 꾸준히 유입되는 현금흐름도 유동성 상황을 충족시켜준다.
밸류업 플랜이 확정된 이상 회사는 배당성향 등 관련 성과를 높여나갈 전망이다. 지난해 회사의 배당성향은 13%로, 직전연도(10.7%) 대비 증가했다. 다만, 자사주 소각 규모는 재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성광벤드는 지난 2024년 자사주 200억원치(137만주) 매입 후 지난해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전량 소각했다. 이전 밸류업 플랜 수립 전 사안으로 플랜 공개 후와 별개의 소각건으로 보인다.
부진한 내수 철강 경기…수출로 이익률 제고
성광벤드의 밸류업 순항 조건은 이익의 지속적 성장이다. 내수 철강 경기의 침체로 인해 성광벤드의 국내 매출은 정체 상태에 놓였다. 회사는 수출을 통해 정체된 국내 매출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내수 매출은 859억원으로 직전연도(846억원) 대비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수출매출은 같은 시기 849억원에서 1005억원으로 증가했다. 중동 지역의 매출 증대가 수출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중동지역 수출은 40억원에서 393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동 산유국이 직접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뛰어들자 플랜트 발주를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성광벤드 주력 사업인 관이음쇠는 조선, LNG, 플랜트 수요의 영향이 크다. 한국플랜트산업협회에 따르면 해외 플랜트 누적 수주액은 2022년 242억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436억달러로 80%가량 증가했다.
전방산업의 호조로 인한 높은 영업이익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성광벤드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16%(영업이익 410억원)가 예상된다. 회사는 최근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입되는 관이음세를 수주하는 등 플랜트 다음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다만, 수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도 존재한다. 환율 변동성에 따른 당기순이익 변동은 경계 요소로 꼽힌다. 주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플랜은 당기순이익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차손, 환율평가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광벤드가 보유한 달러 순자산은 470억원(원화 환산치)로 평가된다. 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때마다 47억원의 순이익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해 연간 추정 순이익(350억원)의 10% 이상이라 환율 변동에 취약할 수 있다.
성광벤드 측은 <IB토마토>에 “구체적인 밸류업 목표치는 코로나19 이후 LNG터미널 구축 등 전방 에너지 개발 사업이 확장되면서 이익 실적 회복이 이뤄지며, 주주환원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도 반영됐다. 향후 밸류업 목표치에 맞춰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