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증의 환경적 치료법

호기심과 AI가 만든 난치성 질환 이야기⑧

입력 : 2026-02-24 오후 12:00:00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공동대표 겸 회장(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지난 4월 저희 회사는 시카고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American Cancer Research Association) 연례회의에 참석한 바 있습니다. 제약시장 중 가장 크고, 암 분야에서 매년 5000여명의 연구자와 기업관계자들이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이지요. 저희 회사는 비록 아직 벤처 단계이지만 머크, 화이자 등 굴지의 글로벌 제약사 앞에서 저희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었습니다.
 
발표주제는 ‘가짜내성’이었습니다. 항암치료가 어려운 것은 암세포 자체가 유전변이를 일으켜 항암제에 내성을 보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암세포가 외부에 만들어 놓은 방어벽 때문에 항암제가 암세포에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지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병리화된 섬유아세포(CAF), CAF가 만들어 놓은 세포외기질(ECM)에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페니트리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리는 동물시험자료를 제시한 것이지요.
 
AACR 연례회의를 다녀와, 저희는 새로운 호기심에 도전해보았습니다. 저희가 암 치료 방법으로 제시한 ‘환경적 치료법이 다른 질환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만약 다른 질병들도 암처럼 외부환경을 조성하는 여러 인자 간의 에너지 대사의 병리화에서 비롯된다면, 이 질병도 암과 같은 치료법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AI를 활용한 가설, 그리고 동물시험을 통한 입증
 
그리고는 AI와 씨름을 했습니다. AI는 기존 자료와 데이터의 학습결과이지만, 저희도 또한 AI를 통해 학습했습니다. 우리의 데이터를 AI에게 제시하며 질문하고, AI가 내놓은 답변에 대해 다시 질문하는 반복 과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지루한(?) 과정을 통해 저희가 내린 결론은 ‘암의 환경적 치료 접근법이 자가면역증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었습니다. 이를 입증하려면 생체 실험이 필요했습니다. 저희 연구진은 바로 동물실험에 착수했습니다. 자가면역증의 4대 대표적 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경화증(MS), 건선, 그리고 크론병에 대하여 전면적으로 쥐를 대상으로 시험을 해보았습니다. 저희가 암에 걸린 쥐들에게 투약했던 페니트리움을 같은 용량과 용법으로 4개의 자가면역질환에 걸린 쥐들에게 각각 투약해 본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는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페니트리움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시험에서 (항바이러스제로 개발된 형제 약물 격인 제프티의 경우에는 사람 대상 시험에서) 생체흡수율을 확인한 바 있고, 최대 독성량의 10% 미만의 용량만 사용해도 목표했던 효과를 내는 약물임을 확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는 10월 보스턴에서 열렸던 연구자 중심의 AACR 주관 학회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류마티스 세계 석학과의 조우
 
사실 암 연구들 중심으로 모이는 학회에서 자가면역증 연구결과 발표는 좀 생뚱맞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저희는 생각지도 못했던, 류마티스 분야 대가(大家)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영국 뉴캐슬대학 존 아이작스 교수인데요. 유럽 류마티스 관절염의 표준치료제 가이드라인 제정에 핵심역할을 수행한 분이었습니다. 
 
표준치료 가이드라인, 아시지요?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면서 법은 아니나 법보다 무서운 치료기준이라고 합니다. 구속력은 없지만, 의사들이 이에 벗어난 방법으로 환자를 치료한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권위 있는 지침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가가 저희 회사의 연구결과를 전해 듣고, 저희가 기획하고 있던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사실 아이작 교수는 자신이 이바지한 류마티스 표준치료의 한계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던 분이었습니다. 치료한계(therapeutic ceiling)를 주제로 한 논문까지 발표한 분이셨으니까요. 더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섬유아세포를 타겟 하는 신약(anti-fibroblast drug)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계셨던 분입니다.  
 
섬유아세포! 많이 들어본 용어지요. 맞습니다. 이 연재 글에서 암과 자가면역증의 에너지 대사를 얘기하면서 많이 얘기했던 보조 세포입니다. 병리화되면, 판누스라는 조직을 양산해서 대식세포나 조절 T세포(Treg)도 병리화 시켜, 우리 몸의 면역계가 정상조직을 공격하게 만들어 주지요. 
 
아이작스 교수는 바로 이 환경을 정상화해야 류마티스가 완치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지요.
 
류마티스 대가와 함께 하는 임상 여정
 
아이작스 교수는 짧았던 방한 기간 중 자신이 찾았던 새로운 약물이 페니트리움일 수 있다는 확신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약물의 류마티스 질병의 주변환경인자 간 에너지 대사 정상화를 위한 치료기전이 자신이 규명하려고 했던 근본적 치료기전일 것이라는 점 말입니다.
 
아이작스 교수는 페네트리움을 이용한 연구의 국제학술학회에서의 공동발표 뿐만 아니라, 페니트리움의 류마티스 관절염 국제 임상을 함께 하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연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진행될 류미티스 국내외 임상, 저희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지평을 넓혀 퇴행성 뇌 질환에 관해 얘기를 계속해보겠습니다.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공동대표 겸 회장/ chow42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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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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