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현대ADM바이오 공동대표 겸 회장(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뇌의 신경세포들이 점진적으로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퇴행성 뇌 질환, 통칭해서 ‘치매’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구체적 병명은 여러 가지입니다. 궁극적으로 사람의 인지력에 손상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손상되는 신경세포의 부위가 어디인가에 따라 구체적 증상은 다르다고 합니다. 우리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부터 손상되는 알츠하이머병, 도파민 신경세포를 훼손해 우울증을 유발하는 파킨슨병, 운동신경 세포를 소실시켜 근육을 위축시키고 사람을 어눌하게 만드는 루게릭병 등 현재까지 알려진 질환만도 7~8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가 앞에서 얘기한 바 있었던 다발증 경화증(MS)도 퇴행성 뇌 질환에 범주에 넣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렇게 다른 퇴행성 뇌 질환도 에너지 대사 측면에서는 공통적인 축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암이나 자가면역증의 나타나는 신체 부위와 뇌와는 다른 점이 많다는 점부터 말씀드립니다.
뇌는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제일 많이 쓰는 기관
뇌는 질량으로는 신체의 2% 정도밖에 안 되지만, 우리 몸의 사용되는 에너지의 20~30%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에너지는 신경세포(뉴런) 등 뇌의 각 세포를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쓰는 세포는 뉴런이라고 해요. AI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해 별도의 발전소가 필요한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지 않겠어요?
뉴런이 사용하는 에너지도 ATP입니다. 많은 ATP 생산을 위해 뉴런은 가장 효율적인 발전, 즉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한 산화적 인산화(OxPhos) 과정을 압도적으로 사용한다고 해요. 당연히 산소 공급이 원활하여야겠지요? 그래서 우리 몸에서 산소가 부족해지면, 제일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이 뇌입니다.
뉴런의 비상발전소이자 뉴런 신호체계의 중간자, ‘아스트로사이트’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분들, 조심해야겠지요? 그러나 아직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어요. 뇌에도 산소 부족 상황에 대비한 비상발전 시스템이 있으니까요. 이 역할을 해주는 보조 세포가 아스트로사이트라고 합니다. 아스트로사이트는 Oxphos과정 보다는 해당(解糖, glycolysis)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해낸다고 합니다.
앞의 글에서 말씀드렸지만, 해당 과정 발전의 부산물의 하나로 젖산을 생산해서, 필요할 경우 뉴런에 중간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답니다. 기억하시지요? 젖산은 포도당보다 미토콘드리아가 쉽게 산화할 수 연료입니다. 뉴런 입장에서는 포도당보다 고급연료인 셈이지요.
그런데 아스트로사이트의 해당 과정 발전의 부산물은 젖산만은 아닙니다. 뉴런이 신체의 각 세포에 신호를 보낼 때 사용하는 신호물질의 원재료도 생산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뉴런이 배출한 신호물질의 재활용에도 역할을 한다고 하지요. 뉴런 중심의 신호전달체제의 ‘중간자’라고나 할까요?
여기까지 얘기를 듣고, 혹시 암세포가 생각나지 않으세요? 암세포도 주변 보조 세포를 우군으로 만들기 위해 젖산과 신호물질을 공급하니까요? 그런데 암세포는 ‘환경파괴자’인 반면, 아스트로사이트는 ‘환경조율자’입니다. 뉴런을 도와주는 기능만 수행하고는 조용히 물러납니다. 언제든지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 적어도 병리화 되기 전까지는요.
뇌에서의 대식세포 기능을 맡은 ‘마이크로글리아’
뇌는 우리 몸에서 원천적으로 면역세포의 활동을 차단해 놓은 장기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뉴런은 대체 불가한 중요한 세포이기 때문입니다. 자가면역증에서 처럼 면역세포가 정상조직을 공격하면 정말 비극적 상황이 만들어지겠지요? 그래서 우리 몸은 뇌에서 면역세포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해요.
면역세포가 없다면, 당연히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도 절대로 침입해서는 안 되겠지요. 이를 위해 뇌에 이르는 혈관에는 BBB(Blood Brain Barrier)라고 부리는 투과막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에도 대식세포와 같은 보조 세포가 있어요. 마이크로글리아. 이 보조 세포의 기능은 뇌의 청소기능이라고 합니다. 뉴런의 신경회로 역할을 하는 ‘시냅스’가 불필요해지거나 약해지면, 이를 제거하여 신경회로를 정리하고, 과다하게 남아있는 선경전달물질 잔여물, 또는 세포 파편 등을 제거해주어서 뉴런의 깨끗한 환경 속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지요. 인체의 다른 기관에서 대식세포(macro phage)가 외부침입자를 마치 잡아먹듯이 (기억하지요? ‘phage’가 먹는다는 의미라는 점) 처리하여 각 장기가 정상기능을 하도록 해주는 것처럼, 뇌에서는 마이크로글리아가 ‘환경정리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포들이 병리화 되면 상황은 달라지지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공동대표 겸 회장/ chow424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