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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25일 10: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인공지능(AI)을 둘러싼 투자 열기가 과열되면서 '거품론'이라는 단어가 크게 회자되고 있다. AI 거품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AI 기술주에 대한 과도한 기대, 막대한 투자 대비 수익화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을 거품론의 근거로 들고 있다. AI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결과적으로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AI 거품론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가 급등은 과거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을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언론들은 인터넷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고 평가했고, 수많은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만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닷컴 버블의 핵심은 '기대가 실적을 압도했다'는 데 있었다.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명확한 수익 모델 없이 상장했고, 방문자 수와 클릭 수가 기업 가치를 설명하는 지표로 사용됐다. 결국 실적이 따라오지 못하자 거품은 꺼졌다.
현재 AI 산업은 겉으로는 닷컴 때와 비슷해 보인다. 기술 혁신, 폭발적 관심, 천문학적 투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주요 AI 기술주들은 실제 매출과 설비 투자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을 위해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지고 있고, 고성능 서버와 전력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인프라 구축에 가깝다.
이로 인해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실제 매출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공급망에서 실적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메모리와 AI 서버 수요 증가는 한국 기업들의 직접적인 매출 증가로 연결된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최근 역대 최고 매출을 갈아치우고 있다. 여기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가장 먼저 인건비 절감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가 단순히 기대만으로 형성된 분위기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고 거품론에 대한 우려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도 분명하다. 사실 매출이 오르거나,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은 특정 기업에 국한돼 있다. AI 산업 전반에 효과를 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향후 AI에 대한 수요 둔화를 완전히 배제하기도 힘들다. 특히 지금 진행되고 있는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지속될 경우 향후 공급 과잉으로 인해 타격을 받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등은 어느 시장에서나 존재한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항상 영원했던 것도 아니다.
핵심은 지금의 투자가 향후 개별 기업들의 실질적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느냐는 점이다. AI가 기업의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며,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면 투자 확대는 '거품'이 아니라 '선행 투자'가 된다. 이와 반대로 기대감에 비해 생산성 개선 속도가 더디다면 밸류에이션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닷컴 버블이 꺼진 이후에도 인터넷 인프라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기반 위에서 오늘날의 디지털 경제와 AI 시대가 탄생했다. 지금의 AI 투자 역시 향후 더 나은 삶을 위해 중요한 인프라를 우리 사회에 남길 가능성이 높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투자자와 기업이 냉정함을 유지한다면 이번 사이클은 붕괴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재편의 과정으로 귀결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과도한 투자 스토리는 정리되겠지만 AI 자체는 우리 곁에 남을 것이다. 역사가 반복된다면 이번에는 기대와 과열이 아닌 냉정한 판단과 균형 잡힌 투자로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최용민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