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정책 엇박자가 키운 금리 왜곡

입력 : 2026-03-03 오전 6:00:00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높다."
 
지난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6회 연속 동결한 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시장을 향해 이례적 메시지를 던졌다.
 
이 총재는 현재 시장금리와 관련해 "3년 만기 국채금리가 3.2%까지 올랐는데, 기준금리와 격차가 0.6%p 이상 벌어졌다"며 "스프레드가 과도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금리가 정책 스탠스보다 앞서 긴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국채금리 상승은 회사채·대출금리로 전이돼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연이은 채권시장 구두개입에 이어 한은 총재가 직접 메시지를 던지자 채권시장이 잠깐 안정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앞으로 대출금리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예금금리는 떨어졌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고 예대금리차는 다시 확대됐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 있는 국면에서 나타난 '금리 역주행'이다.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오르면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뛴다. 여기에 가산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우대금리 조건은 더 까다로워졌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출 유인은 크지 않다. 금리를 내리는 순간 수요가 몰리고, 이는 곧 총량 한도 초과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본 규제까지 겹쳐 있다. 금융당국은 주담대 위험가중자산(RWA)을 25%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험가중치가 오르면 은행은 동일한 대출을 취급하더라도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아야 한다. 자본비용 상승은 곧 대출 원가 상승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자본 부담이 금리 인하 폭을 제한하는 구조, 사실상 '금리 하한선'이 형성되는 셈이다.
 
그사이 당국은 30년 만기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 확대를 정책 성과로 제시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구조 개편이라는 중장기 목표가 당장의 비정상적 금리 체계를 덮는 명분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대출금리가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높에 유지되는지, 가산금리 산정과 우대금리 체계는 합리적인지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시장 기능을 왜곡한 채 금리를 묶어두는 방식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중앙은행이 시장금리가 높다고 경고하는데도 체감 금리가 내려오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정책 균형이 어긋났다는 신호일 수 있다. 금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를 방치한 채 총량 목표만 강조하는 접근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책의 정교함은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비정상적 금리 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금융당국의 보다 유연하고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종용 금융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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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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