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고추 재배 과정에서 버려지던 고춧잎이 혈당 관리를 돕는 고부가가치 건강 소재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식후 혈당 상승 억제 효과가 있는 잎 전용 고추 '원기2호'의 제품화를 늘리면서 고추산업에 새 활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단순 보급을 넘어 농가 소득을 실제로 극대화할 재배 기술 확립과 까다로운 건강기능식품 인증은 핵심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잎 전용 고추 '원기2호'의 특허 등록을 마치고 이를 활용한 제품화를 본격적으로 확대한다고 4일 밝혔습니다. 이날 농진청이 선보인 '원기2호'는 사실상 두 번째 실험 결과입니다. 지난 2008년 '원기1호'를 개발했지만 당시에는 객관적인 데이터, 산업체와의 연결고리가 부족해 시장 안착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원기2호'는 원기1호보다 혈당 억제 활성(AGI)을 약 3배 높이는 등 AGI 활성이 74.8%에 달합니다. 이는 일반 고춧잎보다 2~5배 높은 수치입니다.
농촌진흥청이 선보인 잎 전용 고추 '원기2호'의 제품들이 4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동물 실험 결과에서는 공복 혈당과 혈장 인슐린 농도가 각각 13%,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슐린 저항성 지표(QUICKI)는 3.8% 증가하는 등 11개 당뇨 관련 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는 게 농진청 측의 설명입니다.
특히 '원기2호' 품종보호등록과 특허등록을 마치는 등 8개 업체에 기술 이전이 완료된 상태로 환, 차, 국수 등 10여종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또 잎 전용 재배의 소득 극대화도 예상됩니다.
일반 고추처럼 키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잎 생산'에만 집중하는 전용 재배 모델이 대표적입니다. 열매가 맺히지 않게 하는 '웅성불임' 기술을 적용하고 시설 하우스, 다단 재배를 도입해 1년 5~6회씩 잎을 수확하는 방식을 구상 중입니다.
농진청 관계자는 "노지 재배 위주로 경제성 분석이 이뤄졌지만 노지만으로는 소득 극대화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현재 보급된 원기 2호는 열매가 열리지만 향후 잎 전용 생산을 위해 열매가 안 맺히는 기술을 결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탄저병 등 열매 질환에서 자유로워지고 노동력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더욱이 노지 재배 시 일반 고추보다 약 25% 높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잎 전용 재배 기술이 완전히 정착되면 농가 수익률은 이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농촌진흥청은 잎 전용 고추 '원기2호'의 특허 등록을 마치고 이를 활용한 제품화를 본격적으로 확대한다고 4일 밝혔다. (사진=농촌진흥청)
일반 식품으로 분류된 '원기2호' 제품의 건강기능식품 인증도 필수 과제로 꼽힙니다. 약이 아닌 만큼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효능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건강기능식품'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농진청은 향후 5년 내 건기식 인증을 목표로 인체 적용 시험과 원료 표준화 공정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산지나 기후에 상관없이 일정한 항당뇨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품질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김대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장은 "현재는 '일반 식품(차, 가공식품 등)'으로 분류돼 판매되고 있으며 식약처로부터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 문구를 쓸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체 적용 시험 등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품종 보호 출원·등록 및 특허 등록이 완료됐고 향후 임상 시험과 기능성 원료 등록을 통해 공식적인 건강기능식품 소재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 인체 적용 시험 성공 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뿐만 아니라 '음식으로 혈당을 관리한다'는 패러다임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까지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