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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5일 19:4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현대엔지니어링 수주 잔고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사고 이후 잠시 수주 중단을 선언하면서 여파가 이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현대엔지니어링의 현재 수주 잔고는 매출액 대비 약 1.8년치 수준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현장 감소 여파가 플랜트본부 유급휴가 등 조직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만큼, 해외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일괄 수행)와 신규 사업을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얼마나 빠르게 재정비하느냐가 향후 실적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인천공항 물류센터 신축 현장(사진=현대엔지니어링)
수주 40% 감소…공사 파이프라인 위축
4일 현대건설 최근 IR자료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연간 신규 수주는 2024년 12조 20억원에서 지난해 7조 895억원으로 줄어들며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별로 보면 건축·주택 수주가 7조 8633억원에서 4조 9338억원으로 줄었고, 플랜트·인프라 부문 역시 2조 8900억원에서 8206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기타 사업 수주만 1조 2487억원에서 1조 3351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을 뿐 전체 수주 규모는 크게 축소됐다.
국내외 수주 구조도 절반 수준으로 나뉘었다. 2025년 기준 국내 수주는 3조 5800억원, 해외 수주는 3조 5095억원으로 비슷한 규모다. 다만 건축·주택 수주가 크게 줄고 플랜트 프로젝트도 감소하면서 신규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사 파이프라인은 전반적으로 얇아진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전체 수주잔고는 24조 67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지난해 연간 매출(13조8965억원)과 비교하면 약 1.8년치 일감에 해당하는 규모다. 통상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들이 3년 안팎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얇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업은 신규 수주가 이어지지 않으면 매출 인식과 함께 수주잔고가 빠르게 줄어드는 구조인 만큼,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중장기 공사 파이프라인을 보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현재 수주잔고와 일감 규모 등 상황만으로 향후 실적 흐름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축공사 등 일부 대형 프로젝트는 아직 본격적인 공정 구간에 들어서지 않아 매출 인식 규모가 제한적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사업장은 인허가 이후 실제 착공이 지연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건축허가를 받은 뒤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국내 사업장만 해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사 측은 이들 사업장이 시공사 의사와 무관하게 발주처 측 사정으로 착공 시점이 늦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입장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와 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시행사가 착공 시기를 조정하거나 분양 시점을 미루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최근의 일감 감소는 조직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0월부터 플랜트본부 인력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유급 순환휴가 제도를 시행하며 인력 운영 부담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을 여러 조로 나눠 한 달씩 휴가를 부여하고 해당 기간에는 통상임금의 약 70% 수준만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장 물량이 줄어들면서 당장 투입할 프로젝트가 제한적인 만큼 인력 비용을 조정하며 시간을 벌고 있는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잔고가 빠르게 줄어든 배경에는 지난해 잇따른 중대재해 이후 수주 활동이 위축된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는 지난해 5월 이후 주택·토목 및 도시정비 부문에서 신규 수주를 사실상 진행하지 않았고, 정비사업 수주 실적도 없는 상태가 이어졌다.

수주 감소 돌파구는 해외 EPC…데이터센터 등 신사업 검토
이처럼 국내 수주 공백이 이어지면서 회사로서는 새로운 일감 확보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우선 현대엔지니어링이 가장 먼저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는 기존 강점이었던 해외 플랜트·인프라 사업이다. 회사는 베트남 쭝꾸엇 정유공장 현대화·확장 사업 등 대형 EPC 프로젝트 수주를 추진하며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다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사업이 약 12억달러 규모로 알려진 만큼 수주에 성공할 경우 감소한 해외 수주잔고 감소 부문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통적으로 플랜트·인프라 사업 비중이 높은 구조를 유지해 왔는데, 회사는 중동과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폴란드 법인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 확대도 추진하며 에너지·인프라 프로젝트 수주 기반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사업 확대에 제약 요인도 남아 있다. 지난해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 이후 공공 발주 공사나 도시정비사업 등 일부 분야에서는 입찰 평가 과정에서 감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의 경우 안전 관련 평가 비중이 높은 만큼 사고 이력이 일정 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영업정지 등 행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공공 발주 시장에서의 수주 활동 역시 일정 부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회사 내부에서는 새로운 EPC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이 거론된다. 최근 AI(인공지능) 산업 확산과 함께 국내외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관련 인프라 건설 시장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플랜트 EPC 경험을 보유한 건설사들이 전력·냉각 설비 중심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신규 성장 분야로 해당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재까지 데이터센터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에는 사고 이후 내부 안전 점검과 사업 구조 점검에 집중하면서 수주 확대보다는 내실 경영에 무게를 둔 시기였다"며 "현재는 국내외 다양한 사업을 검토하며 수주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등 신규 사업 분야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은 발주처와 계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플랜트본부 순환휴가 제도와 관련해서는 내부 인력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수주 인식이 예상됐던 일부 해외 사업이 일정상 올해로 지연되면서 한시적으로 인력 운영을 조정한 것"이라며 "해당 사업들의 수주가 올해 가시화되고 있어 인력 운영 역시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