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이란 전쟁에 현대차증권의 달러 연계 투자상품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원금 보장 상품임에도 청약 미달 사태가 속출했습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한 연휴를 지나서 3월3일 청약을 마감한 현대차증권의 달러 기반 파생결합사채(ELB)들이 줄줄이 모집 예정 금액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제1535회(6개월물)’는 모집 총액 약 145억원 중 실제 배정된 금액이 18억9000여만원으로 청약률이 13.03%에 불과했습니다. 같은 날 청약을 마감한 S&P500 연계 ‘제1536회(3개월물)’와 ‘제1537회(6개월물)’ 역시 각각 11.09%, 19.81%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환율 변동 부담이 없는 원화 상품인 ‘제1538회’마저 청약률 1.57%를 기록하며 시장에서 외면받았습니다. 이란 전쟁 전 발행된 ‘제551회’가 42.53%의 청약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투자심리가 얼마나 얼어붙었는지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해당 달러 투자 ELB 상품은 시중은행 이자 수준의 수익률과 원금 보장 성격으로, 상품 자체의 매력도는 위험 상품에 비해 낮습니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만기에 달러를 돌려받으면 원·달러 환율 변동에 의한 환차익이 사실상 투자 유인으로 작용합니다.
평시에도 ELB는 적극적인 마케팅보다는 신탁이나 법인의 외화 파킹용으로 주로 쓰여, 청약률이 100%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 리스크가 본격화된 이후 회차들(11%~19%)과 비교하면 전쟁 전 40%대 청약률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었습니다. 즉, 최근의 10%대 청약률은 전쟁과 고환율로 인해 만기 시 환차손 위험을 경계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부는 환율 관리 차원에서 금융권에 달러 마케팅 자제를 당부해 왔으나, 증권사들은 계속 관련 상품을 발행해 왔습니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전쟁 변수로 인해 흥행 참패를 겪은 모습입니다.
기록적인 청약 미달로 시장의 경고등이 켜진 직후인 3월4일, 현대차증권은 또다시 여러 건의 달러 상품 출시를 강행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고 환율 변동성이 극에 달한 시점에 기존 실패 모델을 답습한 것은, 투자자 보호나 수익률 제고보다는 증권사의 외화 유동성 확보 등 달러 파킹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대차증권은 “당사 달러 연계 파생상품의 경우, 고객사의 요청에 의해 매주 발행되는 상품으로, 청약률이 매주 시시각각 변화한다”며 “실제 일례로, 이란 사태 발발 전인 2월27일 발행 ELB 1539회의 청약률은 약 20%이며, 사태 이후인 3월3일 ELB 1534회의 청약률은 약 70%”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청약률 70% 1534회는 3개월물, 1535회는 6개월물입니다. 3개월물은 단기 파킹 수요로 일부 소화됐으나, 전쟁 장기화 우려가 반영되는 6개월물에서는 기록적인 미달이 발생한 것으로도 분석 가능합니다. 증권사 주장대로 1539회 20%가 평시 청약률이라고 해도, 3월3일 발행된 1536회(11%)나 1538회(1.5%)는 그보다 반토막 이하로 추락했습니다. 전쟁 타격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