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이 임원 해외 출장 규정을 강화하는 등 본격적인 지출 관리에 나섰습니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주력 사업의 수익성 압박이 커진 데 따른 선제적 조치로 풀이됩니다. 반도체의 역대급 호황을 맞이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달리, DX부문은 메모리 원가 상승, 중국 기업의 추격, 물류비 급등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실적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모습입니다.
지난 9일 삼성전자 직원들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들어아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중 DX부문 임원의 해외 출장 항공권 기준을 변경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임원의 항공권 비용 등 해외 출장 경비를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전까지는 부장급까지 10시간 미만 비행편 탑승 시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야 했지만, 앞으로는 부사장급 이하 임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조치는 DX부문의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DS부문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서버용 메모리 판매가 늘면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DX부문은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DX부문에는 부품 원가 상승 부담으로 작용하는 양상입니다.
대표적으로 모바일 사업에서 원가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으로 높게 형성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메모리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삼성전자도 신제품 갤럭시S26 시리즈 가격을 전작(갤럭시S25 시리즈)보다 10만~20만원 가량 올렸습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 1월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6 기자간담회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우려 요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TV 사업 역시 중국 기업의 추격이 거센 상황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29.1%로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 TCL과 하이센스가 각각 13.1%, 10.9%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격차를 좁히고 있습니다.
대외 환경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물류비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냉장고·세탁기·TV 등 대형 가전은 해상 운송 비중이 높아 운임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 논의가 실질적 위기에 따른 긴축 재정보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자는 취지라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DX부문에서 아직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비용 절감 조치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실적에 대한 걱정이 있는 건 맞다고 봐야겠지만, 임원부터 불필요한 해외 일정을 줄이는 등 솔선수범하자는 의도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