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등 동맹국에 사실상의 군사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이를 두고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자 미국이 '중동전 실패'를 자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국에 사실상의 지원 청구서를 내민 건데요. 우리 정부의 '참전 딜레마'에 따른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동참모본부는 2024년 9월29일 국군의 날 76주년 계기 해외 파병부대 활동 모습을 공개했다. 청해부대는 2009년 3월13일 창설되어 올해 파병 15주년으로 그동안 아덴만 해역에서 우리 선박과 국민을 보호하고 해적 활동을 억제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사진=합동참모본부.뉴시스)
장기화 국면에 '지원 청구서'…한·일 "신중 판단"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한국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함정 파견을 요구했습니다. 미국은 해협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해군 파병 요청으로 해석됩니다. 이번에 요청을 받은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전력 재배치를 단행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 등도 반출됐습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통해 안보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청구서가 제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함정 파견 요구에 대해 언론 공지를 통해 "우리 정부는 중동 정세와 관련국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15일 <NHK>에 출연해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군함 파견 요구는 동맹 부담 분담 요구와 맞물린 조치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안보 혜택을 받아온 국가들이 이제는 단순한 비용 분담을 넘어 실제 군사적 기여까지 해야 한다는 메시지"라며 "특히 호르무즈 해협 해상 수송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 같은 아시아 국가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예상보다 상황 복잡…전문가 "제한적 방식 참여해야"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동맹국들이 미국 안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로 보는 것"이라며 "안보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미국이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에 함정 파견을 요청한 것은 미국의 독자적 대응 능력 실패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군이 단독으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음을 깨닫고 동맹국들을 참전시키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김 교수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실제로 건드리면서 미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복잡해졌다"며 "해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전쟁을 끝내면 국제사회와 미국 국내 정치에서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주일이 미국에 고비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즉각 수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우리 군이 미군과 연합작전에 직접 참여할 경우 사실상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지난 2020년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호르무즈 해협,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에 이르는 3900여㎞ 해역으로 확대한 바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청해부대의 작전지역입니다.
김 소장은 "비슷한 처지의 일본 등의 대응을 지켜보며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우리 군의) 실제 전투 참여보다는 상징적이거나 제한적인 방식의 참여가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