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우려와 미국의 통상 압박,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에 따른 노사 갈등 리스크까지 한꺼번에 맞닥뜨리며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고유가와 물류비 상승, 관세장벽 강화로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내부적으로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노사 갈등 가능성이 원가 구조를 흔들면서 철강 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몰린 모습입니다.
충남 당진의 한 철강회사에 열연 코일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안에도 철강업계는 시큰둥한 모습입니다. 지난 1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낮 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을 1킬로와트시(kWh)당 최대 16.9원 인하하고 밤 시간대 요금을 5.1원 인상하는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요금의 직접적 인하를 요구해 왔던 철강업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24시간 내내 공장을 돌려야 하는 철강업계는 비싼 낮 요금과 싼 밤 요금을 섞어서 내고 있었다”며 “야간 경부하 시간대는 남는 전기를 산업계가 선택적으로 저렴하게 소모해 전력 효율성을 높인 측면이 있는데 쌌던 요금을 올리고 비쌌던 요금을 내린 것은 사실상 조삼모사”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말 요금제나 전력산업기반기금 요율, 지역별 차등 요금제 등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직접 돌려봐야 알 것 같다”면서도 “업계에 체감되는 도움은 크지 않다”고 했습니다.
전기요금 인하가 절박한 배경에는 중동 사태로 촉발된 전방위적 원가 상승 압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철강업계의 중동 직접 수출입 비중은 작지만,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와 해상 물류비가 치솟으며 에너지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중동발 전운 고조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하며 15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도 치명적입니다. 철광석과 원료탄 등 핵심 원료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상 고환율은 고스란히 원가 폭등으로 이어집니다. 글로벌 철강재 수요 둔화 전망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수출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한국 철강산업을 겨냥해 “지속적인 무역흑자가 구조적 과잉생산의 증거”라고 주장하며 국별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미 한국 철강제품은 미국의 50%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업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철강제품 수출액은 3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303억달러에 그쳤습니다.
국내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사관계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 등 철강업 사내 하청 비중은 36%로 제조업 가운데서도 높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철강은 원청과 하청이 정비·설비·운송을 분담하는 구조여서 하청 노조의 파업이 전체 공정 중단으로 이어지는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수적인 고로는 한 번 식으면 재가동에도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지난 10일 법 시행 이후 시작된 7일 공고 기간이 곧 종료되면서, 이번주부터 관련 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성 인정 범위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명확히 정리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제도 변화와 현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대응 전략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