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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16일 17:0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길어지면서
롯데케미칼(011170)이 생존을 위한 고강도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현금창출력이 떨어지자 회사는 과거의 공격적인 외형 확장 대신 내실을 다지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고 있다. 신규 투자를 과감히 자제하고 설비 유지보수 중심의 경상 투자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투자 다이어트'를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롯데케미칼)
대규모 설비 투자 시대 저물고 '내실 경영' 급선회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재무안정성 관리를 위해 투자 조절과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투자 규모의 급격한 축소다. 롯데케미칼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연평균 자본적지출(CAPEX)을 7000억원에서 8000억원 수준으로 낮춰 잡았다. 이는 2023년 3조 6000억원, 2024년 2조 3000억원에 달했던 과거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파격적인 수준의 감축이다.
지분 투자 역시 연평균 1000억원 이하로 줄여 신규 사업 확장에 들어가는 재원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과거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덩치를 키우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해 현재 보유한 자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 재무적 기초체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처럼 롯데케미칼이 대대적인 투자 조절에 나선 배경에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재무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10조 3763억원까지 불어났으며,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지난해 3분기 13.8배에 달해 재무지표가 상당히 악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단순히 투자를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개편을 통해 차입금 규모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지난해 인도네시아 법인(LCI) 지분 매각을 통해 약 1조 5000억원을 확보했으며, 일본 레조낙(Resonac) 지분과 파키스탄 법인(LCPL) 지분 매각도 완료하며 현금을 수혈했다.
수소·식의약 등 핵심 사업 '재배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몸집 줄이기 속에서도 롯데케미칼은 수익성이 담보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사업에만 선별적으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투자 프로젝트를 보면 고부가 가치 창출이 가능한 영역에 집중돼 있다. 미국 내 양극박 합작사업(1조 9000억달러 규모)과 스페인 동박 증실(5600억원 규모) 등이 대표적이다.
또 탄소 중립 시대에 대비한 수소 연료전지 발전 사업(약 486억원)과 롯데정밀화학을 통한 식의약 생산라인 증설(790억원) 등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군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고 있다. 이는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수익성 한계를 극복하고, 정밀화학 및 전지소재 등 미래 먹거리로의 전환을 멈추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이처럼 추진 중인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군으로의 포트폴리오 이동 속도를 높여 범용 제품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탈피하느냐가 미래 기업 가치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롯데케미칼 신용평가보고서에서 "업황 회복 지연으로 부진한 영업현금흐름이 예상되지만, 투자 조절과 자산 매각 등 재무 개선 방안이 힘을 얻는다면 재무안정성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조개편에 따른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 여부와 차입 부담 완화 수준을 중점적으로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산 NCC 물적 분할 등이 올해 안에 완료되면 그에 따른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체적인 실적 부진 속에서도 첨단소재와 정밀화학 부문은 롯데케미칼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기초화학 부문이 과잉 공급과 원가 부담으로 영업적자를 이어가는 반면, 첨단소재 부문은 가전 및 자동차용 소재 판매를 통해 꾸준히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004000) 역시 시황 약세 속에서도 식의약용 셀룰로스 제품 등 그린소재 부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이러한 알짜 부문의 수익으로 기초화학 부진을 방어하며 전사적인 실적 악화를 막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승인된 대산 나프타분해설비(NCC) 사업부문의 구조개편은 향후 재무 부담 경감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대산 NCC 설비를 가동 중단하고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식의 이번 개편을 통해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기초화학 부문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