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과학계를 달구는 논쟁이 있다. 최근 들어 관측되는 ‘온난화의 폭주’다.
197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약 0.18도씩 오르던 기온은, 2010년대 이후 그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 보고서를 보면, 2023~2025년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3년으로 나란히 1위부터 3위를 차지하는 전례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초기에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온난화 급발진을 자연적인 변동성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이 우세했다. 태양 활동의 주기나 강력한 엘니뇨 현상 등이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기온이 튀어 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달 초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가 관측 데이터에서 자연적 변동 요인을 제거하고 장기적인 추세선만 남겨보자 일시적인 착시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분석대로라면, 지구는 이미 ‘위기’라고 불리던 기존의 가파른 상승 추세선의 지붕마저 뚫고 나가, 완전히 통제 불가능한 ‘궤도 이탈’ 상태에 진입한 셈이었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유력한 범인으로 ‘에어로졸(미세먼지)’이 지목됐다.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대양을 오가는 화물선들이 태우는 벙커C유의 황 함유량을 3.5%에서 0.5%로 대폭 낮춰, 바다 위를 떠도는 매연을 극적으로 줄인 것이다. 의도는 좋았다. 그러나 대기오염물질이던 ‘황산염 에어로졸’이 걷히자 기후 시스템에 나비효과가 일어났다. 원래 선박 굴뚝에서 나오던 이 미세한 오염 입자들은 대기 중에 떠다니며 햇빛을 우주로 직접 튕겨내고, 바다 위의 구름을 더 하얗고 두껍게 뭉치게 만들어 맹렬한 태양열을 차단했다. 바다가 맑은 하늘을 되찾자, 역설적이게도 오염물질로 만들어진 ‘낡은 양산’이 치워지면서, 지구 온도가 오른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지난 15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검은 비가 내렸다. 이스라엘이 테헤란 남부의 핵심 정유 시설을 폭격해 발생한 화재로, 원유와 석유화학 첨가물이 불타며 뿜어낸 맹독성 연기가 비구름과 뒤엉켜 내린 결과다. 지금 전쟁은 에너지 인프라를 파괴해 상대의 숨통을 끊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검은 연기가 솟구치고 기름내가 진동한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자유의 탑(Azadi Tower)’ 뒤로 미국·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여파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뉴시스)
2004~2006년 티베트고원 북부의 무즈타그 아타의 빙하 코어를 채취한 중국인 과학자들은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다. 1991~1992년에 해당하는 얼음층에서 비정상적으로 짙은 농도의 ‘블랙카본(화석연료가 불완전 연소할 때 발생하는 검은 그을음 입자)’이 검출된 것이다. 원인을 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1991년 걸프전 때 파괴된 쿠웨이트의 700여개 유전에서 뿜어져 나온 막대한 양의 그을음 입자가 대류권 상층부로 솟아올랐고, 강력한 편서풍을 타고 단 며칠 만에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히말라야와 티베트까지 날아든 것이다.
원래 하얀 눈과 빙하는 태양열을 우주로 반사하여 지구의 온도를 낮춘다. 하지만 제트기류를 타고 온 시커먼 화석연료 재가 내려앉아 ‘검은 빙하’가 되면, 얼음은 되레 태양열을 맹렬히 흡수하기 시작한다. 히말라야와 티베트는 물론 북극과 그린란드의 거대한 빙상마저 장거리 이동해 온 매연에 거뭇거뭇하게 뒤덮여 있다.
전쟁으로 막대한 이산화탄소와 블랙카본이 하늘에 배출된다. 비영리 연구기관 ‘기후공동체연구소’는 개전 14일 만에 정유 시설 폭격 등 유사한 공격으로 250만~590만배럴의 석유가 소실됐으며, 이 과정에서 불완전연소로 배출된 온실가스만 188만톤에 이른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을 불태우고 정유 시설을 폭파하는 행위는, 단기적 승리를 위해 지구 기후 시스템의 플러그를 뽑아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의 전쟁은 온난화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남종영 KAIST 인류세연구센터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