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동생은 백혈병, 누나는 위암.
반도체 공장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묘사한 일러스트. (이미지=챗GPT)
반도체 장비업체인 ㅈ기업 소속으로 2010년부터 삼성전자 화성과 평택 공장을 누비며 세정(식각) 장비의 유지보수를 맡았던 ㄱ씨는, 근속 12년 만인 2022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37살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누나가 있었습니다.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에서 근무했던 그의 누나는 위암으로 먼저 가족 곁을 떠났습니다. ㄱ씨보다 어린 나이였던 30대 초반이었습니다. 한 집안의 남매가 양대 반도체 기업에서 일하다 병을 얻어 그렇게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ㄱ씨의 질병이 ‘업무상 재해’임을 증명하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약 5년간 클린룸 청소를 했던 협력업체 노동자 ㅇ씨의 경우 산재 신청을 한 뒤 심사를 기다리다 2022년 2월, 52살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근무 중 복부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 갔던 그는 2019년 7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 그해 9월 산재 신청을 했지만 역학조사가 오래 지연되면서 결국 산재 결과를 듣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산재 인정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개월이 지난 2022년 12월에야 나왔습니다. 더디고 더딘 산재 승인 절차를 그의 암은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위험은 도처에 있었고, 사고는 그 위험을 먹고 터졌습니다. 지난 2013년 1월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로 당시 만 34살이던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같은 해 5월 화성 반도체생산 11라인 중앙화학물질공급장치(CCSS) 탱크룸에서는 불산희석액 공급 배관 철거 작업 중 불산액이 누출돼 협력사 직원 3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2014년 3월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지하 기계실 내 변전실에서는 이산화탄소 유출로 50대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목숨을 잃었고, 2015년 11월 기흥사업장에서는 황산 공급 장치 배관 교체 작업 중 황산이 누출돼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얼굴과 목 등에 1~2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2018년 9월에는 기흥사업장 6-3라인 지하에서 노후된 자동 화재 탐지 시설 교체 작업 중 이산화탄소가 누출되며 현장에 있던 하청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반올림을 통해 그동안 수백 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의 사건 사망 제보를 들어야 했다”며 “고작 20대, 30대의 젊은이들이 치명적인 암과 희귀질환에 걸려 죽어가거나 수많은 이들이 재해와 사고를 당하는 곳이 반도체 산업”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