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국·이란 전쟁 최대 교훈은 에너지 수입 다변화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 2026-03-26 오후 3:18:45
지난 11일 호르무즈 해협 근처인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하이마에서 촬영된 화물선들의 모습.(사진=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전개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전 세계 에너지 안보 지형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대한민국과 같은 국가에게 이번 사태는 하나의 분명한 전략적 메시지를 던진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 수입 다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현재 전체 원유의 약 70% 이상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전략적 요충지가 흔들리는 순간 한국 경제 역시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란이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할 때마다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해상 보험료와 운송 비용도 동시에 상승했다. 이는 에너지 안보가 곧 경제 안보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상황은 이러한 위험이 결코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쟁 상황에서는 해협 봉쇄뿐 아니라 기뢰 부설, 드론 공격, 대함미사일 위협 등 다양한 비대칭 전술이 동시에 사용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해상 교통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기반과 국민 생활 안정 전체와 직결되는 구조적 위험이다.
 
다행히 현 정부는 비상경제 대책회의를 중심으로 에너지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신속하게 마련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 대응, 비축유 방출 검토, 수입선 조정, 금융시장 안정 조치 등은 분명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본질적으로 수개월 단위의 단기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 대응을 넘어선 구조적 에너지 안보 전략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수입선의 전략적 다변화다. 미국, 캐나다, 호주, 아프리카 등 비중동권 에너지 도입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특정 해협 의존도를 낮추는 국가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 동시에 전략 비축유의 확대와 운영 체계의 고도화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최소 90일 이상의 안정적 대응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의 기본 조건이다.
 
여기에 더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과제가 해상교통로 보호 능력의 실질적 강화다. 필자는 30년 넘게 해군에 몸담으면서 해군의 핵심 임무 중 하나가 해상교통로 보호라는 사실을 수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점 역시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는 특정 전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준비 부족 문제다.
 
앞으로는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말라카 해협, 스웨즈 운하, 대만 해협 등 주요 전략 해역에서의 해상교통로 위협 상황에 대비한 연합 대응 시나리오와 전력 운용 계획이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어떤 국가와 어떤 방식으로 연합 호송 작전을 수행할 것인지, 필요한 함정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작전 지속 기간 동안의 군수 지원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에 대한 실질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해상교통로 보호는 선언적 임무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작전 개념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안보 정책 역시 산업 구조 전환과 연계되어야 한다. 원자력 발전의 안정적 유지와 확대, LNG 도입선 다변화, 재생에너지와 수소 경제 기반 구축 등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 차원의 선택이다. 특히 원자력 발전은 안정적 전력 공급과 에너지 수입 구조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
 
미국·이란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분명하다.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경제 부처만의 문제가 아니라 외교·국방·산업이 함께 준비해야 할 국가 총력 대응 과제라는 점이다. 비상경제 대책회의 역시 단기적 위기 관리 수준을 넘어 에너지 수입 구조 개편과 해상교통로 보호 전략까지 포함하는 장기 국가 전략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위기 대응이 아니라, 다음 위기를 미리 대비하는 구조적 국가 전략이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석종 기자
SNS 계정 : 메일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