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중동발 화약고 폭발로 전 세계 바닷길이 위협받는 가운데, 해운업계가 대한민국 경제의 생명줄인 ‘국가 에너지 수송망’ 사수를 위해 나섰습니다. 외국 선박에 의존해 온 핵심 에너지 수송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국적선 비율 제고 법제화를 추진하는 한편, 전쟁 등 국가비상사태 시 핵심 물자를 실어 나를 최후의 보루인 ‘전략 상선대’를 구축해 글로벌 공급망으로부터 국가 ‘경제 안보’를 굳건히 지켜낸다는 구상입니다.
양창훈 해운협회 부회장이 2일 해운협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해양기자협회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해운협회)
한국해운협회는 2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2026년 업무추진계획’과 관련해 해양기자협회와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양창훈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우리 산업과 국민 생활에 연결된 가장 중요한 것이 에너지 화물”이라며 “국적선의 에너지 화물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법제화를 추진 중이며 특히 원유와 가스 적취율을 높여 선대를 확장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전쟁 등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전략 상선대’ 구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내 갇힌 선박과 중소 선사에 대한 지원 방안도 거론했습니다. 양 부회장은 “많아야 배를 4~5척 보유하는 소형 선사들은 한두 척만 갇혀도 회사가 휘청될 수 있어 무소득 비용 지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현재 해협에 갇혀 있는 8개 회사 10척 정도의 배들이 빠른 시일 내에 빠져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을 시급한 과제로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불거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문제에 대해 양 부회장은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40여척의 배들이 척당 200만달러가량을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배럴당 2달러 수준”이라며 “통행료 징수가 고착화되면 유가가 올라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협회가 통행료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시적으로라도 통행료를 받고 자기네 영해로 안전하게 통과시켜 준다면 선사 입장에서는 일단 정해진 루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2일 해운협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사진=해운협회)
중동 지역 원유 수입 차질과 관련해서는 대안 마련과 국적 선사 역할 확대를 주문했습니다. 양 부회장은 “현재 페르시아만이 막혀 있어 정부가 아랍에미리트를 통해 원유를 일부 들여오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터미널도 후티 반군의 공격 선언으로 보험사가 안전을 인정해야 다닐 수 있다”며 “종전이 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보여 중동 이외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대책을 생각해야 하며 원유 수입이 타이트해져 수송을 국적 선사가 더 많이 해야 한다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발전기금을 조성해 해운과 조선, 기자재, 금융을 하나로 묶는 ‘한국형 해사 클러스터’ 구축 방안도 주요 과제로 꼽았습니다. 양 부회장은 “수익성이 떨어져 국내 건조가 쉽지 않은 벌크선과 소형 유조선 등을 방치해 중국에 의존하게 되면 선박 기자재 등 관련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우려가 크다”며 “시장 논리에만 맡겼다가 경제 안보 위기를 겪고 클러스터 복원에 나선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해운과 조선이 함께 발전하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포스코(005490)홀딩스 등 대량 화주의 해운업 진출 추진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양 부회장은 “대량 화주가 자기 화물을 수송하는 ‘자가 운송’ 방식은 브라질의 세계적 철광석 회사인 ‘발레’나 포스코의 과거 사례에서 보듯 역사상 성공한 적이 없다”며 “치열한 경쟁력을 가진 해운 전문가들과 경쟁이 될 수 없어 결국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어 “자가 운송에 대한 환상은 화주는 물론, 경쟁력 있는 선사들까지 피해를 보는 만큼 우를 범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