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국내 자본시장 독점 지위를 누리는 한국거래소는 비상장사라 이익도 대주주인 금융사들과 독점하는 구조가 두드러집니다. 이런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해 넥스트레이드를 도입했지만 정작 거래소와 비슷한 주주구성과 수익구조로 이익이 내재화되는 양상입니다. 양대 거래소가 경쟁해 수수료를 낮추도록 유도한 정책 효익이 나타나지 않고, 거래시간 연장 경쟁을 통해 투자자와 노조 모두 피로감을 호소하는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스피 5000 시대의 결실이 시장 환원보다는 정은보 이사장의 5억원대 고액 보수 등 내부 임직원의 ‘지대수익’ 잔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00조 예치금 운용 수익, 거대 배당 고리 거쳐 거래소로
3일 거래소 등에 따르면 거래소의 작년 결산(이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4366억원, 2024년 2808억원 대비 55.5% 폭증했습니다. 2025년 중 발생한 국내 영업수익 7544억원 중 시장수수료 수입이 6472억원으로 86%를 차지했습니다. 그중 거래수수료가 4508억원이나 됩니다. 전년 3912억원 대비 15.2% 증가했습니다. 청산결제수수료 역시 27%증가한 117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으로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리며 거래량이 늘어난 수혜를 톡톡히 입었습니다.
거래 활성화는 거래소의 대주주인 증권사들의 예치금도 키웠습니다. 결제 불이행 위험을 막기 위해 증권사가 거래소에 맡기는 거래증거금은 작년말 8조9763억원으로 전년 3조6199억원 대비 148% 늘어났습니다. 거래증거금운용수익은 2127억원으로 전체 4967억원 금융수익 중 43% 비중입니다. 투자자들이 시장에 더 오래 머물며 거래를 지속할수록 거래소의 수수료 곳간뿐만 아니라 이자 수익도 자동으로 불어나는 구조입니다.
투자자 예치금 역시 금융권 내부에서 이익 환류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작년 말 기준 한국증권금융의 예수부채 총계는 약 99조6000억여원에 달합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사는 고객 예치금을 직접 운용할 수 없고 전액 한국증권금융에 예탁해야 합니다. 증권금융은 이 자금을 운용해 낸 수익 중 상당 부분을 배당하며, 그 수혜는 1대 주주인 한국거래소(지분 11.14%)와 주요 증권사들에 돌아갑니다. 증권금융의 배당금 실지급액(현금흐름)은 2025년 1292억원입니다. 전년 952억원, 재작년 748억원에서 급증해 왔습니다.
거래소의 또 다른 자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지분 70.43% 보유)도 '배당 통로' 역할을 수행합니다. 증권 보관과 결제 업무를 독점하는 예탁결제원은 2025년 거래소에 404억원의 배당금을 상납했습니다. 현금흐름표상 거래소가 관계 기관으로부터 수취한 배당금 총액은 2024년 601억원에서 2025년 705억원으로 급증하며 '수익의 내재화'가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수수료 경쟁 대신 '시간 연장'…투자자·노조 모두 반발
이러한 거래소의 독점적 수익 구조는 국정감사에서도 매년 방만 경영 원인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특히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점유율(거래량)이 거래소의 15% 수준으로 제한된 틈을 타, 실질적인 가격 경쟁보다는 점유율 방어를 위한 ‘거래시간 연장’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거래소는 수수료율을 낮춰 투자자 부담을 줄이는 대신, 거래시간을 늘려 수수료 총액을 유지하거나 늘리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노조 반발이 거셉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거래소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거래시간 연장 반대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조는 특히 경영진의 고액보수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정은보 이사장이 '셀프 연봉 인상'으로 8억원을 챙겼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플래카드를 내걸었습니다. 사실 확인 결과, 정 이사장의 실제 보수는 노조 주장인 8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공공기관 평균과는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 2024년 기준 기관장 평균 연봉이 1억9116만원인 반면, 거래소 이사장 연봉은 성과급 2억9368만원(전임 이사장 재임 시절 실적에 따른 배정분)을 포함해 총 5억2479만원입니다. 당시 정 이사장은 2월부터 부임해 기본급을 수령했고 나머지 절반 정도의 성과급은 전임 이사장에게 지급됐다고 회사측은 설명했습니다. 2025년 기본급은 소폭 상승했고 상반기 평가 후 하반기에 성과급이 지급되면 정 이사장의 보수 규모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주요 경영진과 직원들이 받는 보수도 기관 평균보다 높았습니다. 2024년 전체 임원 수는 28명(비상임이사, 기타임원 포함), 총보상액은 82억9000여만원(퇴직급여 제외)으로 1인당 평균 약 2억9607만원입니다. 직원은 947명으로 총급여는 1161억1000여만원, 1인당 평균 1억2260만원입니다. 공공기관 전체 직원 평균보수는 7169만원입니다. 거래소는 민간 법인임을 강조하지만,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대체거래소(ATS)의 거래량이 15%로 제한되어 사실상 시장 점유율 85%를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독점적 지위는 민간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문제는 이러한 고액보수가 ‘지대수익’에 주로 기반한다는 점입니다. 국내 독점 시장에서의 거래 수수료 수익과 달리 경쟁이 불가피한 해외 사업에서는 자산 가치 하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거래소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투자한 3개국 거래소의 장부금액은 취득원가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라오스 거래소는 취득원가 186억9088만원 중 누적 손상차손 178억7114만원을 인식하며 장부금액이 8억1973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캄보디아 거래소 역시 취득원가 120억610만원에서 누적 손상차손 69억 3270만원을 반영해 장부금액은 50억7339만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거래소 또한 취득원가 71억255만원 중 52억8397만원을 누적 손상차손으로 처리해 장부금액이 18억1858만원에 그쳤습니다.
투자자들 역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거래시간이 연장될수록 대응해야 할 시간만 늘어날 뿐, 실질적인 수익률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자체 회원 조사 결과 80%가 거래시간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며 “야간 시간대 세력들의 작전주 횡행과 이에 따른 개미들의 투자 피로감만 가중시키는 행위이며, 거래소와 증권사의 수수료 배만 불리는 꼴”이라고 성토했습니다.
결국 비상장 독점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특정 주주와 경영진에게 집중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의 기업공개(IPO)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고, 공적 인프라 운영으로 창출된 과실이 주주환원 등을 통해 시장 참가자 및 사회 전반으로 폭넓게 공유되는 선순환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지배구조의 폐쇄성은 대외적으로 공언한 사회 환원 약속마저 가로막고 있습니다. 거래소는 자본시장 발전재단(가칭) 설립을 위해 2000억원을 출연하기로 결의했으나, 해당 금액은 “향후 상장 시” 자본시장과 산업 발전에 사용하기로 한 이사회 결의에 묶여 있습니다. 결국 상장(IPO) 절차가 가시화되지 않는 한 2000억원 출연은 기약이 없는 셈입니다. 거래소는 감사보고서에 '출연 시기가 불확실해 현재가치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명시하며 이를 비유동충당부채로 계상했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한국거래소 측은 대체거래소(NXT) 설립에 따른 경쟁 체제 도입으로 거래소의 시장 점유율과 기대 수익은 오히려 대폭 감소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자본시장 스케일업과 밸류업, 증시 및 채권시장 안정화 등 10개 정책 펀드와 국민행복재단을 통한 시장·투자자·사회 환원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거래소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NXT 측의 수익 및 배분 구조와도 면밀한 비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아시아 거점 거래소를 목표로 수수료와 거래시간, 시장 효율 등 모든 측면에서 해외 주요 거래소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결국 개인 투자자의 비용 절감과 투자 기회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논란이 된 거래시간 연장에 대해서는 "국경 없는 자본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글로벌 트렌드이며, 해외 유동성 유입과 거래 기회 확대로 시장과 투자자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이미 거래시간을 연장해 운영 중인 해외 국가 어디에서도 투자자 피로도 이슈가 보고된 바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보수 논란과 관련해서는 "거래소는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주식회사임에도 이사장 연봉이 NXT 사장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하며, "타 민간 유관기관이나 해외 거래소, 심지어 증권노조 소속 금융회사들과 비교해도 결코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