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인플레이션 조세

유가 상승의 파고…'비상의 칼' 뽑을 시기
'결자해지' 각오, '속도감 있는 실행'
추경, 정치권이 응답할 차례
'세수 최고치' 뒤 숨은 '민생의 덫'은 간과
소득·부가세↑…고물가에 서민만 '독박 과세'

입력 : 2026-04-03 오후 4:30:32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4월이지만 우리 경제의 기저에는 차가운 동토의 잔영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외형상으론 화려한 '수출의 봄'을 맞이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중동발 전쟁의 포화가 실어 나른 먹구름이 한국 경제의 실핏줄을 옥죄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우리 수출은 861억3000만달러라는 기록적인 성취를 거두었습니다. 국가 재정의 마중물인 국세수입도 전년보다 10조원(2월 누계 기준)이 더 걷혔지만 역설적이게도 '비상의 칼'을 뽑아야 할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3월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공급망안정화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멀리 중동에서 불어오는 전란의 바람은 단순히 먼 나라의 불행에 그치지 않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파고가 높아질수록 우리 자동차 부품사들은 선복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급등하는 해상 운임은 중소기업의 어깨를 짓누르는 천근의 무게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가 상승의 파고는 나프타 등 기초 원자재 수급을 뒤흔들며 일상 물가까지 불길을 옮겨 붙이고 있습니다.
 
경제는 심리이며 재정은 그 심리에 온기를 불어넣는 혈액으로 통합니다. 2월까지 정부의 국세수입 총 71조원, 세수진도율은 18.2%로 유동성 가뭄을 해갈할 '전쟁 추경'의 마중물을 앞두고 있습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결자해지'의 각오와 '속도감 있는 실행'은 이제 국회의 문턱을 넘어 신속한 실천으로 증명돼야합니다. 추경은 벼랑 끝에 선 민생을 향해 온 국민을 대신한 국가가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기도 합니다.
 
꽃은 피었으나 봄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의 계절, 우리는 또 한 번 숨은 현장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과 맞닿아 있습니다. 실기한 처방은 독보다 무섭다고 했던가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추경의 신속한 집행은 이젠 정치권이 응답할 차례가 됐습니다.
 
다만, 경제 흐름에 대한 정밀 분석을 해보면 우려심 또한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추경안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세수 최고치' 뒤에 숨겨있는 민생의 덫을 간과할 순 없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만남의 광장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1월 국세수입은 52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2월 누계도 71조 원을 돌파했지만 실상은 '구조적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2월 부가세 폭주(24.5%)는 수입액 증가와 환급 감소를 원인으로 뒀지만 근본적인 건 고물가로 인해 물건값 상승입니다.
 
그 만큼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 절대액이 급증했다는 방증입니다. 9.1% 급증한 소득세의 역설도 짚어볼까요. 정부는 취업자 증가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실상은 물가 상승률 13% 이상과 궤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2021년 이전 4년 누적 물가 상승률이 약 5%였던 것에 비해 최근 4년은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망 위기, 환율 급등이 겹치며 약 13~14%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약 13~14%라는 수치는 체감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와 '명목 임금' 사이에 격차를 불러오는 결정적 요인입니다. 명목 임금 상승 '약 10.3%'-물가 상승 '약 13~14%'를 추산하면 실질 임금은 약 2.4% 하락으로 도출됩니다.
 
즉, 점점 얇아지는 호주머니는 고물가 탓에 명목 소득을 부풀리고 여기에 매겨진 세금이 소득세와 부가세를 끌어올린 겁니다.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강제로 걷은 '인플레이션 조세'인 셈입니다. 더 큰 문제는 법인세입니다. 전체 세수가 10조원 늘어나는 동안 정작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인 기업과 양질의 일자리는 멈춰 섰습니다. 2월 누계 법인세 증가액은 '0원'.
 
반도체 수출 비중이 37%를 넘는 반도체의 일극 체제 착시를 걷어내면 실물 경제는 고사 직전인 겁니다. 상용직 증가 폭은 둔화된 반면 임시·일용직 중심의 불안정한 고용만 머릿수를 채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취업자가 늘어 세수가 늘었다는 정부의 주장은 빈약한 근거일 뿐, 서민들의 '독박 과세'와 '불황형 고용' 구조의 사상누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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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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