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감사원이 금융감독원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표적감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전 정부 책임을 묻는 정책감사는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는데요. 정권 교체 이후 전임 이복현 금감원장에 대한 문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전 원장 체제에서 벌어진 검사 등 본연의 업무가 법 위반으로 적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감사원, '정책감사' 폐지 공언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현재 금감원에 대한 예비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비감사는 본 감사 착수에 앞서 자료를 수집하고 본감사에 나설지를 논의하는 내부 절차입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예비감사에 착수했었지만 2주 정도 감사를 진행하다 철수했습니다.
당시 정부 조직 개편 논의 과정에서 금감원 조직 쪼개기가 부상한 데다 금감원 임원 전원 사표 제출, 노동조합의 강력 반발 등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조직이 마비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감사원이 감사를 재개하면서 금감원 내부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대통령에 이어 감사원까지 정책감사 폐지를 공언했지만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과도한 정책감사는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정책감사는 행정기관의 정책 수립 과정, 정책의 타당성, 정책 결과 및 집행의 성과와 예산 집행의 타당성 등을 감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책감사는 본질적으로 감사 범위가 광범위하고, 판단과 해석의 여지가 넓다 보니 피감사인 입장에서는 '정치 감사' 논란의 소지를 항상 갖고 있습니다. 정책감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책임을 추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정부의 정책 결정과 관련해서는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없는 한 감사를 아예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감사원 규칙을 고쳤습니다. 감사사무처리규칙 단서 조항인 "다만, 정책 결정의 기초가 된 사실 판단, 자료·정보 등의 오류,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정 여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적법성, 절차 준수 여부 등은 감찰 대상으로 한다"를 "다만, 정책 결정과 관련된 불법·부패 행위에 대한 직무감찰은 할 수 있다"로 개정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복현 체제' 불법행위 집중 점검
금감원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감사원으로부터 본감사에 대한 공지를 받지 않아 구체적 감사 내용은 알 수 없다"면서 "정책감사를 폐지하고 불법행위에만 초점을 맞추겠다고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원 감사 특성상 거의 모든 업무 전반에 걸친 감사가 진행된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윤석열 사단'의 막대로 불렸던 검사 출신 이 전 원장도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아 금융당국에 대한 제대로 된 내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있다"며 "감사원이 현 대통령 측근인 이찬진 금감원장을 겨냥할 리는 만무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또한 이번 감사가 소비자 보호 업무 처리에 대한 적정성 여부 등이 집중 점검 대상이 되고 있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이재명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국정 운영의 핵심 기조로 내세운 데다 금감원이 관련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분이 서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이 전 원장 재임 시절 금감원이 실시한 검사 과정에서 진행했던 중간 검사 발표가 빈번했다는 점에 주목, 감사원이 이 같은 행위가 공무원의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닌지를 집중 들여다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이 전 원장 체제처럼 금감원이 빈번하게 중간 발표한 일은 없었다"면서 "검사 출신인 이 전 원장이 검찰이 하던 방식대로 중간발표를 했던 것이 비밀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되는지가 관건이 될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감사원도 금감원으로부터 직전 3년치 검사 사항에 대한 중간발표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위원회 설치법과 금융기관 검사 및 제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감원은 검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검사 내용에 대해 '비밀유지 의무'를 지켜야 합니다. 제재 절차 완료 전까지는 외부에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3월1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에 걸면 코걸이식 징계 우려"
이 전 원장 재임 시절 금감원은 검사 중인 사안에 대해 여러 차례 중간발표를 해왔습니다. 지난 2024년 총선 기간에 양문석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의 새마을금고 편법 대출 의혹에 대해 검사 내용을 알린 것이 대표적입니다.
2025년엔 우리금융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과 관련해 검사 결과를 공개했고 같은 해 4월 기업은행의 전현직 직원의 부당 대출 건에 대해서도 검사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882억원의 부당 대출 사실과 조직적 은폐 정황을 브리핑했습니다. 관련 보도자료에는 제재 정당성, 향후 제도 개선 방향, 내부통제 법규 등이 담겼습니다.
금융사들도 금감원의 중간검사 발표에 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금감원의 중간 또는 잠정 검사 결과가 모두 제재나 문책으로 연결되는 게 아닌데, 금융사 입장에서는 나중에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이미 입은 타격을 회복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이 원장 이전에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등 중대 위반 사안에 대한 중간발표는 종종 있었습니다. 금감원뿐만 아니라 정부기관 대부분은 중요 정책 발표에 대해 공개 브리핑과 백브리핑을 진행해왔습니다. 최근 수년간 수백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중간발표가 빈번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들은 피감기관에 대한 검사 내용 등 공무상 취득한 사안을 외부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면서도 "중간발표는 검사 등 본연의 업무 중 한 과정인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규정 위반을 적용할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