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임피제 폐지·정년 연장까지…금융권 ‘춘투’ 돌입

입력 : 2026-04-13 오후 5:08:12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금융권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시작하며 '춘투'에 돌입했습니다. 노조에서는 임금 8% 인상을 비롯해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사용자 측에서는 사회적 합의나 정부 차원 논의가 필요한 안건이 많아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노조 "한 번쯤 제대로 된 보상 받아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약 투쟁 출정식'을 개최했습니다. 출정식 이후 및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제1차 산별중앙교섭을 갖고 본격적인 교섭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이번 교섭은 임금협약과 단체협약이 동시에 진행되는 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릅니다. 금융노조는 앞서 중앙위원회를 통해 교섭 요구안을 확정하고 사용자 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전달한 상태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요구는 총액 기준 8.0% 임금 인상안입니다. 올해 경제성장률 2.0%와 물가상승률 전망치 2.2%, 여기에 최근 5년간 누적된 실질임금 감소폭 3.8%까지 반영해 산정된 수치라는 게 노조 측 설명입니다. 노조는 저임금 직군에 대해서는 정규직 인상률의 2배를 적용하는 별도 처우 개선안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노조는 단순한 임금 인상만으로는 조합원들의 체감 개선이 어렵다고 보고 구조적 처우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교섭에서는 임금보다 단체협약 요구안이 더 큰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입니다. 핵심은 노동시간과 고용 구조입니다. 노조는 급여 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을 공식 요구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주 52시간제 안착 이후에도 금융권의 장시간 노동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고 출산·육아 지원 확대를 통해 저출생 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밖에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까지 연장 △임금 삭감을 전제로 하는 임금피크제 폐지 △비정규직 남용 방지와 차별 해소 △금융공공기관 자율교섭 보장 △노동이사제 개선 등 제도적 요구도 다수 포함됐습니다.
 
노조는 최근 고령화 추세와 국민연금 수급 시기 등을 고려할 때 정년 연장 등은 고용 안정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사용자 측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견해입니다. 특히 정년 연장에 임금피크제 폐지까지 병행될 경우 비용 증가 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초과 부여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 노동자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뛰고 일하고 있다"면서 "불확실하다는 경제 상황 속에서도 금융지주 1분기 당기순이익이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선 만큼 한 번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일을 하고 수입이 있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려면 사회적 전환이 필요하고, 그 출발점 중 하나가 주4.5일제라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권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노조 측에서 내놓은 제시안이 사회적 합의나 정부 차원 논의가 필요한 안건이 많아 사용자 측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은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로비에서 열린 2026년 금융노조 임단투 출정식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정책이슈로 확대
 
이번 교섭은 단순한 노사 간 임금 협상을 넘어 금융산업 전반 이슈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됩니다. 각 은행별 지부들도 지난해부터 금융 규제와 정책, 지배구조 관련 현안에 대해 잇따라 목소리를 내며 교섭 의제를 넓혀왔습니다.
 
KB국민은행지부의 경우 지난해 임단협에서 성과급 600%, 격려금 1000만원 등을 요구했으나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급 300%, 격려금 600만원에 합의하는 데 그쳤으며 올해 직원들 처우에 맞는 성과급 지급을 계속 주장할 예정입니다. 신한은행지부는 공짜 노동 방지를 위한 시간외근무 수당 자동 등록 시스템 도입을 요구했으나 노사 합의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요. 노조는 해당 안건을 올해도 요구할 예정입니다. NH농협은행지부는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을 사용하지 못하는 분회가 많아 금요일 외 기타 요일에도 조기 퇴근이 가능하게 하는 등 예외 조항에 대해 추가 교섭을 이어갈 방침입니다. 
 
국책은행 중 기업은행지부는 총액인건비제 개선과 인사·보수 체계 전반의 제도 개선을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이를 적극 요구할 계획입니다.
 
금융노조가 임금 문제를 넘어 산업 전반 이슈까지 대응 범위를 넓히면서 이번 임단협 역시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구조적 교섭으로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상당수 의제가 노사 자율 협상만으로 결론 내리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점에서 협상 난항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정년 연장과 임금 체계 개편은 법·제도와 직결된 문제이며. 노동이사제 개선이나 금융공공기관의 자율교섭 보장 역시 재정경제부의 공공기관 운영 지침이나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정책 기조와 맞물려 있어 산별교섭 합의를 넘어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일단 교섭 시작 단계로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에 대한 논의는 추후 교섭하면서 구체화 될 것"이라며 "올해도 4.5일제는 주요 쟁점으로 부각할 것으로 보이며 정년 연장 등 입법화가 필요한 사항도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권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시작하며 춘투에 돌입했다. 주요 안건으로는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4.5일제 도입 등이 담겼다. 사진은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로비에서 열린 2026년 금융노조 임단투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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