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미국·이란 협상 결렬에 주춤

2%대 급락 후 낙폭 축소, 5800선 간신히 사수
호르무즈 봉쇄 우려 변동성 확대…유가·환율 상승

입력 : 2026-04-13 오후 5:35:33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코스피가 미국과 이란 간 1차 협상 결렬 여파로 주춤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이 맞물려 시장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장 초반 급락했던 지수는 낙폭을 줄이며 5800선을 간신히 사수했습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0.25포인트(0.86%) 내린 5808.62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지수는 전장보다 121.59포인트(2.08%) 내린 5737.28로 출발, 5730.23까지 떨어졌다가 낙폭을 줄이며 5800선을 회복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564억원, 7016억원을 순매도했으나 개인이 나 홀로 750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습니다.
 
이번 약세 배경으로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결렬이 꼽힙니다. 여기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방침을 밝히면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려가 급격히 확대됐습니다. 미국 대표단을 이끈 JD 밴스 부통령은 파키스탄 시간으로 12일 "이란의 명시적인 핵 포기 약속이 없었다"며 결렬 배경을 설명, 곧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절차 개시를 밝혔습니다.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가 막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며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이는 인플레이션 재자극 가능성을 키우며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높였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발언한 점은 시장이 가장 우려하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및 유가 상승 우려를 자극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후퇴했다"며 "외국인 투자자는 5거래일 만에 현·선물 순매도로 전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는 속도가 더딜수록 유가와 금리는 전쟁 전으로 돌아가는 데 더 시간이 걸릴 것이고 국내 경제의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국제유가와 환율은 크게 출렁였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며 급등했고, 브렌트유 6월물은 6.61% 오른 배럴당 101.50달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원달러환율 역시 12.9원 오른 1495.4원으로 장을 출발해 장중 1500원 턱밑까지 올랐으나 1489.3원에 주간거래를 마쳤습니다. 
 
시장 불안심리를 보여주는 변동성 지표도 큰폭으로 등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장중 한때 전장보다 4.84% 오른 51.98까지 치솟았으나, 후반 들어 상승폭이 줄면서 최종적으로는 1.13% 오른 50.14로 마감했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삼성전자(20만1000원)는 2.43% 밀렸으나 SK하이닉스는 하락 출발 후 상승 전환해 1.27% 올라 104만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1.53%)와 LIG넥스원(079550)(1.95%) 등 방산주와 일부 에너지 관련 종목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수혜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코스닥은 전장보다 6.21포인트(0.57%) 상승한 1099.84로 마감했습니다. 유가 급등과 원화 약세, 외국인 이탈 영향이 대형 수출주 중심의 코스피에 집중된 반면, 바이오·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제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등 마찰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 글로벌 경기에 악영향을 주게 되며 기업들의 투자는 물론, 소비 위축 등으로 성장률 둔화 우려가 높다"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 악화를 불러올 수 있어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 정치권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협상 여지가 남아 있고 기업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수 하단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관련 발언에도 협상 국면 지속 기대 속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와 차세대 메모리 기대감이 주가를 지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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