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세균'은 살리고 치주염만 잡는 치약 나왔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유해균 성장 선택적 억제하는 신물질 발견
잇몸 질환뿐 아니라 당뇨·알츠하이머 등 예방 기여 기대

입력 : 2026-04-17 오전 9:38:08
잇몸과 치아의 경계 부위에 있는 유해균 Porphyromonas gingivalis(주황색), 화합물(파란색) 및 건강한 미생물 군집(사진=PerioTrap)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세계적으로 흔히 발생하는 치주염(잇몸병)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구강 관리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기존 제품들이 입속 유익균까지 무차별적으로 살균해 구강 생태계를 무너뜨렸던 것과 달리, 치주염 유발 인자만 골라 억제하는 '스마트'한 방식입니다.
 
구강 미생물 생태계 파괴 없는 '선택적 억제'
 
구강 미생물군집에는 700종 이상의 다양한 박테리아가 서식하며, 그중 극히 일부만이 치주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치태, 특히 잇몸 경계 부위에 부착하여 염증(치은염)을 일으킵니다. 이는 잠재적으로 만성 치주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단순히 잇몸 퇴축과 치아 흔들림을 유발하는 것 이상입니다. 만약 이러한 세균이 혈류로 유입되면 당뇨병, 류마티스 질환, 관절염, 심혈관 질환, 만성 염증성 장 질환, 심지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독일 프라운호퍼(Fraunhofer) 세포치료 및 면역학 연구소(IZI) 연구진은 구강 내 세균 중 치주염을 일으키는 핵심 주범인 포르피로모나스 긴지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의 성장만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물질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이 개발한 이 신물질(guanidinoethylbenzylamino imidazopyridine acetate)은 박테리아를 직접 사멸시키는 대신 성장을 억제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프라운호퍼 IZI의 스테판 실링(Stephan Schilling) 박사는 "이 물질은 치주염 유발균의 독성 발현을 막고 성장을 늦춰, 유익균이 차지할 공간을 확보해 준다"라며 "구강 미생물 군집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원리"라고 설명했습니다.
 
유해균 Porphyromonas gingivalis에 의해 변화된 미생물 군집의 개략도. 잇몸이 후퇴하고 염증이 생긴 상태다.(사진=PerioTrap)
 
치주염 방치 시 전신 건강 위협, 새 기술이 해법 될까
 
알코올 기반 구강청결제나 소독제인 클로르헥시딘이 든 제품과 같은 기존의 구강 관리 제품은 병원성 세균을 사멸시키지만, 유익한 미생물도 함께 제거해 버립니다. 치료 후 구강 미생물 군집이 재구성될 때, 포르피로모나스 긴지발리스와 같은 병원성 세균은 염증이 생긴 잇몸 조직에서 특히 잘 증식하기 때문에 초기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유익한 세균은 더 느리게 성장하며, 구강 미생물 군집은 자연스러운 균형에서 빠르게 불균형 상태로 되돌아가 질병이 재발하게 됩니다. 이렇게 소독 후 유해균이 다시 급격히 번식하는 ‘미생물 불균형(Dysbiosis)’ 상태가 반복되곤 했습니다. 이번 신기술은 이러한 부작용을 극복하고 구강 건강의 자생력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상용화 준비 완료, 치약부터 전문 젤까지
 
이번 연구 성과는 프라운호퍼의 스핀오프 기업인 '페리오트랩(PerioTrap)'을 통해 제품화되었습니다. 페리오트랩이 선보인 치약은 신물질과 더불어 충치 예방을 위한 연마제와 불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독성 테스트와 착색 방지 등 엄격한 품질 관리를 거쳤습니다.
 
또한 치과 전문의를 위한 고농축 케어 젤도 개발되었습니다. 치과에서 전문적인 스케일링을 받은 후 이 젤을 도포하면 유해균의 재정착을 막고 잇몸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페리오트랩 측은 향후 구강청결제 등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며, 치주질환 양상이 사람과 유사한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위한 전용 케어 제품 개발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혁신적 치약은 75ml에 15유로에 육박하는 고가로 판매되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구입하기에는 제약이 있지만, 향후 집중 개발되어야 할 치약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큽니다.
 
건강한 구강 미생물 군집을 위한 프라운호퍼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은 일반 치약 형태나 치과 스케일링 후 사용하는 전문 관리 젤 형태로 제공된다.(사진=PerioTrap)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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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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