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막히면서 당분간 매물 출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기적이고 유의미한 집값 하락은 한계가 있고, 전세 매물 급감으로 임대차 시장 불안은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17일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 연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됐습니다. 이번 규제는 신규 대출뿐 아니라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까지 제한했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은 대부분 집을 팔거나 현금 상환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4조원 다주택 주담대 '발등의 불'
규제 영향을 받는 대출 규모는 약 4조1000억원(1만7000가구)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당장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은 2조7000억원 규모로 절반이 훌쩍 넘습니다. 규제 지역은 서울 25개 자치구와 과천, 분당 등 경기도 12개 지역입니다.
이번 규제는 예외 규정을 최소화해 그간 관행처럼 시행됐던 다주택자들의 금융 혜택 고리를 끊는 게 핵심입니다. 신규 대출뿐 아니라 기존 대출 만기 연장까지 제한했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은 대부분 집을 팔거나 현금 상환을 해야 합니다.
증액이 없어도 타 은행으로의 대출 이동이나 동일 은행 내 자행대환도 허용되지 않고, 본인 명의 담보 대신 제3자 소유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경우에도 차주가 다주택자라면 규제 대상에 포함됩니다. 특히 금융당국이 '매수자가 없어 매각이 지연되는 상황'을 예외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강남권은 급매물 거래로 인한 집값 하락도 현실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정부는 여기에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전세대출 규제 카드도 검토 중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세제, 금융, 규제 정상화를 통한 부동산 투기 제로 구현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반드시 해야 한다"며 투기 목적 비거주 1주택자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1주택 이상 보유자의 전세대출 보증액은 지난해 기준 약 14조원입니다. 전세대출을 받은 8명 중 1명은 유주택자인 겁니다. 하지만 '비거주 1주택'은 부모 봉양이나 자녀 교육이 목적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투기 수요를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전세 보증액 14조원 중 투기 목적 대출 규모를 가려내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에 더해 지난해 9월 이후 2억 원으로 제한했던 1주택자 전세대출 신규 보증을 차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집값 향방, 지방선거 후 정책 연속성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낀 아파트 투자 수요 차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다주택자 만기 연장 제한과 토지거래허가 신청까지 중과세 제외를 열어준 점을 보면 매물이 나오는 환경이 조성된 건 맞다"며 "여기에 7월 세제 개편안과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 패도 남아있어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매 거래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시장 전반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규모로는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규제가 '아파트'로만 적용 범위를 한정하고 있어 기존의 다주택자 규제와 결이 다른 데다, 주담대를 보유한 경우에만 해당되는 만큼 실제 시장에 매물로 나올 물량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집값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연속성이 필수적이라는 제언이 나옵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주거용부동산팀장은 "최근까지 강남3구와 용산의 집값 하락은 중과세 유예 기간으로 인한 급매물 거래에서 비롯됐다"며 "정부가 지방선거 이후 매물 출회를 목적으로 한 정책을 어떤 강도로 내놓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오늘부터 시작된 대출 연장 불허 규제책을 통해서도 읽히는 만큼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가 큰 상황"이라며 "문재인 정부때 발생했던 매물 잠김 현상과 풍선효과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정책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노원구의 한 부동산 중개 업소에 매물 광고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임대시장에 대해서는 매물 감소와 가격 변동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함 랩장은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며 "최근 서울 외곽인 노·도·강과 용인·수지 등 지역은 실수요자 매매로 가격이 완만하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다주택자의 주택매물을 무주택 실수요자가 취득하면 임대시장 매물과 수요 감소가 동시에 발생한다는 논리는 주택 시장과 유형 마다 다르게 움직이는 현실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며 "특히 서울의 전세가율이 50~60%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서 임대 매물이 줄어드는 건 세입자들의 부담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