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삶

입력 : 2026-04-20 오후 2:32:19
[뉴스토마토 오승훈 산업1부장] “책을 멀리하고, 텔레비전도 신문도 보지 말고, 연장을 갈라. 오로지 그 일만 하라.”
 
니시오카 쓰네카즈(1995년 88살로 작고)는 평생 이 말을 금언으로 여기며 대를 이어 호류지의 목수로 살았다. 607년에 창건된 호류지는 나라현에 있는 일본 최고(最古)의 목조건물. 그는 사찰이나 궁전, 사원처럼 큰 건물을 짓는 궁궐목수이자 그들을 거느리는 대목장이었다. 천년사찰 호류지를 돌보며 지키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나무에게 배운다‘는 1996년 한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이번에 재출간됐다. 자신이 1981년에 복원한 야쿠시지 서탑 앞에서 제자 오가와와 함께 선 생전의 니시오카 쓰네카즈(오른쪽). (사진=상추쌈)
 
인간세계 꿰뚫는 목수의 지혜
 
궁궐목수 니시오카의 구술을 시오노 요네마쓰가 엮은 <나무에게 배운다>(상추쌈 펴냄)는, 한눈팔지 않고 자신의 직분을 숙명 삼아 산 우직한 장인의 잠언과도 같은 책이다.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유폐시킨 채 오로지 몸으로 삶을 밀고 살아온 노목수의 말은, 되레 인간세계를 꿰뚫는 지혜로 돌올하다.
 
집을 지을 때는 나무의 성질과 자란 방향을 살려서 써야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기질이 강한 자일수록 생명력 또한 강하다,라고 말할 때 나무를 쓰는 일과 사람을 쓰는 일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또 천년을 살아온 나무는 목재로도 천년을 간다, 그 수명을 다하도록 돕는 것이 목수의 역할이다, 나무가 살아온 만큼 나무를 살려서 쓴다고 하는 건 자연에 대한 인간의 당연한 의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로 남아 있는 호류지는 그것을 잘 가르쳐주고 있다,라는 말에서 재건축을 위해 겨우 20년 된 집을 허무는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때를 기다리며 온 정성을 쏟는 일을 업으로 삼은 탓에, 빠르고 편리한 것만을 좇는 시대와 평생 그는 불화했다. 머리가 하는 기억보다 손이 하는 기억을 신뢰하는 늙은 목수는 지식으로 경험을 이기려는 학자들과 분투를 벌이며 천년 사찰의 복원을 주도했다. 그런 그의 고집으로 688년에 건립됐다 화재로 소실된 야쿠시지는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벌이가 되는 일로 내달리게 되면 마음이 혼탁해지게 된다”며 일이 없을 때는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렸던 그는, 그 와중에도 언제라도 절을 고치기 위해 연장을 갈고 나무를 말렸다. 마치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생이었다.
 
“균일한 세계, 부서지지도 깨지지도 않는 세계, 어떻게 하든 좋은 세계에서 문화는 태어나지 않으며 자라지 않습니다. 호류지나 야쿠시지 건물에 쓰인 목재는 어디를 막론하고 규격에 꼭 들어맞는 것이 없습니다.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모두 다릅니다. (…) 고르지 않으면서도 조화 롭습니다. 모든 것을 규격품으로, 이를테면 모두 똑같은 것을 늘어세우면 이 아름다움이 나오지 않습니다. 획일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좋은 것입니다.”
 
전우익 “평생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현자의 통찰은 두루 통하는 것인가. 각기 다른 인간을 한 줄로 세우는 문명에 대한 니시오카의 비판은 멀리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서부터 스콧 니어링을 거쳐 이오덕, 신영복에 이르기까지 일맥상통하고 있다. 생전의 전우익 선생이 이 책을 권하며 평생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된다고 했다는 말뜻을 이제 알 것만 같다.
 
“책을 읽는다거나, 지식을 지나치게 채워 넣게 되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자연이나 자신의 생명에 관해서는 무지해진다”는 니시오카의 말에 동의하긴 어렵다. 그의 책은 읽어야 하는 탓이다. 1996년 한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절판된 이 책의 재출간이 고마웠던 이유도 그러하다.
 
오승훈 산업1부장 grantorin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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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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