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이스샵 변했다”..일부 가맹점 이탈

LG생건 "인수초기 시행착오 탓..원활한 소통 노력"

입력 : 2011-01-11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정진욱기자] #1. 대전에서 더페이스샵 가맹점 2곳을 운영하던 K씨는 지난해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브랜드숍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계약 위반 문제로 결국 3000여만원을 배상했고, 더페이스샵 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브랜드숍으로 옮겨 매출이 하락했지만 후회는 않는다고 했다. 더페이스샵이 대전지역에 대규모 점포 출점에 나서면서 어차피 매출하락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 서울에서 더페이스숍 매장 2곳을 운영하던 Y씨는 지난해 매장 2곳의 계약을 모두 해지했다. Y씨 역시 계약을 해지한 2곳의 매장을 더페이스샵보다 낮은 인지도의 브랜드숍으로 전환했고 현재는 더페이스샵 매장을 운영하던 때보다 낮은 매출을 얻고 있다. 하지만 Y씨는 더페이스샵을 떠난 것은 장기적으로 잘한 선택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LG생활건강(051900) 인수 이후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본사와 소통이 가능한 지금의 브랜드숍을 더 신뢰하게 됐다는 것이다.
 
화장품 브랜드숍 업계 1위 더페이스샵의 일부 가맹점주들이 LG생건 인수 뒤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본사가 기존 가맹점들 상권을 무시하고 공격적으로 출점에 나서고 있다는 인식과 함께 이런 움직임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부 가맹점주들이 지적하고 있는 더페이스샵의 문제는 지나친 매장 확대로 동일 상권 중복 출점이 늘어나면서 기존 가맹점주들의 상권이 침해 받고 있다는 점이다.
 
더페이스샵은 1월 현재 서울에서만 217개 매장을 운영해, 각각 163개와 8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매장 수 기준 업계 2, 3위인 미샤와 스킨푸드를 압도하고 있다.
 
대전과 부산에서도 각각 26개와 67개 매장을 운영해 해당 지역에서 미샤와 스킨푸드 대비 2배 가량 많은 매장을 가지고 있다.
 
더페이스샵 런칭 초기부터 서울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L씨는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올 때마다 더페이스샵 매장이 하나씩 늘어났다”며 “현재 운영하고 있는 매장 인근 2km 반경 내에 더페이스샵 매장만 4~5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더페이스샵 매장이 전국 500~600개 수준일 때만해도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없었지만 매장수가 700개를 넘어선 순간부턴 대부분 매장의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기존 가맹점주에 대한 상권 보호가 전혀 없어 타 브랜드숍은 물론 같은 더페이스샵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점포 상황은 지난해 더페이스샵이 LG생건에 인수된 이후 더욱 심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 더페이스샵의 매장은 전국 880개로 더페이스샵은 지난해에만 159개의 매장을 새로 열었다.
 
대전의 경우 지난해 초까지 더페이스샵의 로드숍 매장은 2개뿐이었지만 LG생건 인수 후 지난해에만 9개가 새로 문을 열었다.
 
지난 4월 계약을 해지한 K씨는 “지난 2004년 가맹점을 시작했을 때는 매출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마트와 백화점에 더페이스샵 매장이 꾸준히 들어서면서 지난해 초엔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며 “매출이 크게 꺾인 상황에서 로드숍 매장을 크게 늘릴 것을 알려와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LG생건 인수 뒤 철저한 상권 분석 하에 기존 점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새로운 점주의 이익을 담보할 수 있는 곳에만 점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 사업자의 가맹점주 상권보호가 지나친 측면이 있었다"며 "일부 기존 가맹점주들이 이전과 같은 대우를 요구했지만, 새로 사업을 인수한 LG생건 입장에선 받아들이기에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가맹점주들이 제기하는 또다른 문제는 본사와의 소통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본사가 점주들을 배려해 활발하게 의견교환을 했지만, LG생건 인수 이후 일방통행식이 됐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더페이스숍 매장 2곳을 운영하다 지난해 계약을 해지한 Y씨는 “가맹점주들을 대하는 더페이스샵의 태도가 LG생건 인수 전후 너무 다르다”며 “LG생건이 대기업의 마케팅 능력만 믿고 일선 점주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동일 상권 점포 출점 역시 기존 점주들과의 협의 없이 일방 통행식으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이에 대해 "LG생건 인수 이후 새로운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일부 점주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인수 이후 가맹점주들과 정기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소통을 위해 이전보다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인 상황에서 본사의 태도가 변했다고 하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LG생건 인수 이후 이전과 다른 방침에 따라 일선 점주들을 대하다 보니 아무래도 온도차를 느꼈을 수 있다"며 "이는 인수 초기의 시행착오로 앞으로 가맹점주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jjwinw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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