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해외시장노린다)②우리·신한·기업 '폭발적 자금수요' 베트남 공략

작년 금융위기 뒤에도 제조업 등 성장전략 유지
국내은행들 "현지 기업 금융지원으로 동반성장"

입력 : 2011-01-27 오후 1:51:50
[베트남 호치민=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평생 볼 오토바이를 이 곳에서 다 보게 될 겁니다"
 
베트남 호치민 북서쪽 탄손누트 공항에서 만난 홍성혁 하나은행 사무소장의 말이다. 공항을 빠져 나오자 2차선 도로의 한 쪽 대로는 전체가 오토바이로 가득했다. 중국 베이징의 자전거처럼 호치민에선 오토바이가 서민의 발인 셈이다.
 
낮고 오래된 건물이 가득한 공항 근처를 벗어나 20분 정도를 달리자 풍경이 변했다. 10 층 이상 고층 건물로 가득한 시내에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뒤얽히고 거리와 상점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무질서한 듯 하면서 번잡해 보이는 개발도상국의 전형적인 활기가 느껴졌다.
  
베트남의 수도는 북부 하노이지만 경제 수도는 호치민(옛 사이공)이다. 베트남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인데 반해 이곳 호치민은 3000불을 넘는다. 
 
겉으로 보기에 역동적이지만 베트남 경제는 최근 큰 시련을 겪었다. 작년말 국영 비나신 조선소가 대출금 6억 달러 중 1차 상환분인 6000만 달러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것이다. 금융위기 후 수주물량이 급격히 떨어진 게 이유였다. 이번 사건으로 베트남의 국가 신용등급은 '정크본드'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정책 실패를 이유로 응웬 떤 중 현 총리가 퇴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19일 열린 베트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면서 중 총리는 유임됐다. 적어도 5년 임기 동안은 개방과 개혁, 도이 머이(쇄신)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전당대회에서 ▲ 5년 동안 매년 국민총생산(GDP) 7.7% 성장 ▲GDP 기준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 등이 제시됐다. 제조업, 서비스업 위주의 성장 전략이 가시화되면서 은행을 통한 자금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 "베트남 잠재력 무궁무진해"
 
베트남의 한국계 은행 중 제일 진출이 빠르고 규모가 큰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현지 법인인 신한베트남을 포함해 합자회사인 '신한비나'도 운영 중이다.
 
<한국계 은행 베트남 현황 (2009년말 기준) >
 
은행 진출시기 총자산 시장점유율 당기순익
우리은행 호치민 2006년 2월 507 31.1% 8.7
우리은행 하노이 1997년 9월 375 18.9% 5.3
신한은행 호치민 1995년 6월 322 28.2% 7.9
외환은행 하노이 1999년8월 177 4.3% 1.2
기업은행 호치민 2008년 3월 283 17.5% 4.9
 
(자료 : 우리은행 / 단위 :백만불)
 
우리은행은 포스코(005490), LS(006260)전선, GS건설(006360), 효성(004800) 등 한국 대기업과의 협력을 강화 중이다. 영업전략을 묻자 최철우 지점장은 "호치민 지역의 기업금융 선도자로서 거래기업을 먼저 찾아가고 있다"며 "기업금융의 맏형 역할을 충실히 해 현지 거래기업과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024110)은 호치민에서도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환율 차이로 인한 손해를 보지 않도록 달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원화와 동(베트남화페단위)을 교환해주는 '원화경상거래'서비스가 대표적이다. 1월 초 한국계 은행 최초로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박봉철 지점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1200여개 중소기업과 교민을 위해 원화경상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하이퐁, 하노이, 다낭 등에도 지점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베트남  소비자금융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보통 노동자 서너달치 월급을 넘는 고가의 터치스크린 핸드폰이 인기를 끄는 등 베트남은 개발도상국 특유의 소비성향이 강하다.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소액 신용대출 시장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 책상에서는 현재 전세계 은행 25곳의 지점 인가 신청서가 놓여 있다. 이 중에는 KB국민은행, 하나은행의 신청서도 있다.
 
홍성혁 하나은행 사무소장은 "지점 설립을 위해 몇년 간 준비해왔다"며 "올해 안에 KB국민은행을 포함해 하나은행도 지점 설립 인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소장은 "최근 비나신 조선소 사태를 비롯해 베트남 경제가 정체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40대 이하 인구가 전체 80%를 넘을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지점 설립 후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려할 만한 점은 없을까?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다 보니 관치와 규제가 심한 편이다.  일례로 베트남은 아직까지 고정환율제를 유지 중이다. 1달러를 1만9500동에 고정시켜 놓았는데 시장 환율은 2만1000동에 달한다. 몇몇 은행은 아예 달러를 교환해 주지 않는다. 
  
베트남에는 무려 77개의 지역 은행이 영업 중이다. 이 중 상위 7개 국영은행이 사실상 독과점 상태로 금융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이 독과점을 깨는 것도 앞으로 베트남 진출 은행들이 풀어야 할 과제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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