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은혜기자] 지난 1월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 인플레 우려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환율 정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수출 증대를 통한 경제성장에 치중하면서 고환율을 지지하는 입장을 지켜왔다. 그러나 올해 정부의 정책방향이 물가에 '올인'하면서,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을 용인할 것인지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4원이나 급락해 1107.3원을 기록하며 3개월만에 1100원대로 떨어졌다. 8일에도 2.8원 하락한데 이어 9일도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다. 심리적 지지선인 1100원대 붕괴도 초읽기에 들어섰다.
◇"물가 낮추려면 금리인상·공공요금 억제만으로 힘들어..원화절하 포기해야"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2월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물가불안에 적극 대처하겠다며 공급측면의 물가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 정부는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원·달러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에 직접적 타격이 되지만 반대로 수입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물가 상승이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분이 큰 만큼 일정부분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그간 금리인상과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으로 물가 상승을 붙잡아 왔지만 이것 만으로 물가를 잡기엔 역부족인 상황에 직면했다. 가격통제는 일시적 안정책에 불과하고 금리 인상이나 가격 통제에만 초점을 둘 경우 자칫 내수 경기가 둔화될 우려도 있다.
또 한국은행이 이미 지난달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한 만큼 두달 연속 인상하기에 부담스러운 시점에서 원화강세는 자연스러운 물가조정의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아시아가 직면한 인플레이션 속성상 저물가를 위해서는 금리 인상만으로는 힘들며, 그 동안 고집해왔던 낮은 통화가치 유지 정책은 일정 정도 포기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씨티그룹도 지난 1일 보고서에서 "현재 물가 상승이나 기대 인플레 상승을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잡을 수 없고 빠른 금리 인상도 부담스러운 만큼 외환당국이 원화절상을 용인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원화절상 용인은 부담"..'환율하락' 시장개입은 어려울 듯
그러나 정부가 물가 관리를 위해 원화 강세를 받아들이는 정책으로 선회할 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13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수입물가 안정만을 위한 원화절상 용인은 부담"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랠리와 달러약세, 위안화 강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던 마당에 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미 재무부가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낸 시기도 맞물리면서 정부의 개입 스탠스가 약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물가만을 위해 환율 하락을 바라기는 어렵지만 마침 여러 여건이 맞물려 환율이 하락하는 만큼 일단은 지켜보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일단 환율이 하락을 가속화 할 경우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예측기관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1060~1100원 정도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기업들도 이정도 선에 맞춰 경영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는 "1100원선은 그간 잦은 반등과 당국의 개입으로 강한 지지력을 나타내온 만큼 하향 이탈은 쉽지 않겠지만 이런 추세라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100원선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이은혜 기자 ehlee@etomato.com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