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신약, 해외 성공 조건은?.."표준화·규격화 시급"

(기획)②"풍부한 임상 데이터 준비 필수"

입력 : 2011-02-08 오후 4:02:08
[뉴스토마토 문경미기자] 국내 천연물신약, 해외 시장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지난해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실이 천연물신약에 3년간 6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이후, 국내 제약회사들의 미래 먹을거리로 천연물신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는 4월 지원 대상자가 선정되는 이번 지원책을 놓고 동아제약(000640)CJ제일제당(097950) 주도의 2개 컨소시엄이 구성됐으며, 이들 컨소시엄에 참여한 18개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국내 전통의학 데이터베이스인 동의보감을 토대로 해외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지 않으면 국내 천연물신약의 해외 진출이 '환상'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해외 임상 데이터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국 MSD에서 과학교류대사로 일하고 있는 김규찬 박사는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내용을 21세기에 맞는 현대의학 용어로 풀어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며 "국내에서 긴 시간 안전성이 입증됐다 하더라도 해외 시장에서는 낯선 천연물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유럽 쪽에서도 독일과 스위스가 약초를 많이 써온 전통이 있고 이와 관련한 규정도 잘 정비되어 있지만, 그것은 유럽 천연물에 대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천연물신약을 해외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약에 쓰인 천연물에 대한 성분을 규명하고, 이를 이용해 만든 약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물론 안전성을 인정받기 위해 더 철저하고 풍부한 임상 데이터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박사는 "'타미플루'의 경우도 천연물에 포함된 단 하나의 유효성분이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것이지, 그것이 천연물 추출 신약인 우리의 개념과 같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국내 천연물신약은 기존 해외 제약회사들의 천연물 유래 신약처럼 하나의 화합물을 규정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복합 성분들이 모인 신약이기 때문에 과학적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 "천연물신약 표준화, 규격화가 우선"
 
안순길 인천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는 "국내 천연물신약의 국제화를 위해 표준화와 규격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 교수는 "인삼이나 감초를 예로 들면, 그 식물이 어느 곳에서 언제 채취됐느냐에 따라 구성 성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표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 세계 의약품의 60% 이상이 천연물 유래 신약이긴 하지만, 아스피린이나 타미플루도 단 하나의 특정 성분만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라며 "국내 신약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동아제약의 '스티렌'이 외국에 나가기 위해서는 더 정확한 데이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문경미 기자 iris06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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