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차기 ECB총재직 놓고 '치열한 신경전'

입력 : 2011-02-14 오전 11:19:11
[뉴스토마토 홍지영기자] 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두 곳에 모두 이별선언을 하면서 차기 ECB총재직을 놓고 유로존 국가들의 신경전이 치열해졌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버는 지난 금요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동 이후, 오는 4월30일 독일 중앙은행 총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10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쟝클라우드 트리셰 ECB총재의 후임자로 베버가 적격자라고 믿어왔다.
 
그로선 독일인 ECB총재를 둔 다는 것은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구제금융을 실시한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유로존이 여전히 건실하다는 점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다.
 
따라서 베버가 동료에게 ECB총재 후보직 사퇴를 얘기한 점이 메르켈 총리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베버의 갑작스런 입장 변경에 다른 유럽국가들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선 ECB총재직을 놓고 일어나고 있는 신경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국의 손익만 생각하다간 유로존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정들에 제동을 걸어 자칫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우를 범할수 있기 때문이다.
 
베버 다음으로 유력후보자로 꼽힌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의 경우, 일부 유로존 국가들이 부채 위기의 진앙지인 동유럽 출신의 ECB총재를 원치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가진 풍부한 국제 경험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그동안 그는 네덜라드와 프랑스의 뒤를 이어 독일인이 ECB총재직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굳혀왔다.
 
또 독일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야말로 곧 유럽 내 프랑스-독일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메르켈 총리를 지지해왔다.
  
유럽의 한 상원의원은 "국적보다는 개인의 능력이 더 중요"하다면서도 "베버가 물러났어도 프랑스는 여전히 독일인 후보자를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은 특히 "지금은 ECB가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고 다른 주변 국가들의 금융 위기 진화에 앞장서고 있는 시점"이라며 "ECB후임자를 놓고 옥신각신 하다가는 자칫 ECB주요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충고했다.
 
뉴스토마토 홍지영 기자 hongji09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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