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금리 더 준다며 믿고 맡기라더니.."저축銀 고객'울먹'

대전저축銀, 셔터 내린채 전화만..'영업정지 직전 고객유치' 모럴헤저드

입력 : 2011-02-17 오후 2:26:58
[뉴스토마토 황인표, 임효주 기자] "사진 찍히는 거에요? 그러면 안되는데.."
 
17일 금융위원회가 부산, 대전저축은행 영업정지를 결정한 후 점심 시간에 서울 명동에 있는 대전저축은행을 찾았다. 굳게 닫힌 셔터문 사이로 은행관계자들이 수화기를 든 채 바쁘게 움직일 뿐 고객들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 서울 명동 대전저축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예금보험공사의 영업정지 공고를 바라보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오전 중 문의 전화가 많은 편"이라며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곧 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행원들은 밖에서 촬영하는 카메라 취재진을 피해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 "돈 더 길게 맡기라더니 영업정지라니" 청천벽력
 
셔터가 굳게 내려진 은행 앞에는 취재진 외에 찾는 고객이 많지 않았다. 얼굴을 가린 채 은행을 찾은 한 고객은 "맡긴 예금은 많지 않지만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 와봤다"며 은행 문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발길을 돌렸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은 문을 열지 않는게 원칙이다. 다만 앞서 삼화저축은행의 경우 고객 안내차원에서 예외적으로 지점을 연 적이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50대 여성은 퉁퉁 부은 눈으로 기자에게 하소연을 시작했다. 이 여성은 "돈 쓸 곳이 있어 예금을 찾으러 갔더니 '이자를 더 주겠다'고 해 2300만원 정도 되는 예금을 찾지 않았다"며 "사무실이 근처라 매일 찾아 안면이 있는데도 어떻게 영업정지 할 거면서 그런 거짓말을 한 것이냐?"며 울먹었다.
 
이 고객은 원금 손실은 없지만 원래 약정한 이자를 받지 못한고 보통 이율(2%대) 이자만 받게 된다.
 
이번 영업정지는 금융당국이 내린 것이지만 대전저축은행이 먼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인근의 한 시중은행 직원은 예금보험공사의 영업정지 공고를 바라보면서 "최근에 이 은행에서 돈을 찾는 고객이 많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 "독이 든 성배 마실 뻔"
 
이번 사태에 가슴을 쓸어 내린 곳도 있다. 얼마 전까지 서울 논현동에 있는 중앙부산저축은행을 인수하려던 아프로파이낸셜 그룹이 그 곳이다.
 
러시앤캐시 브랜드로 유명한 아프로 그룹은 조달금리를 낮추기 위해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말 실사 결과 중앙부산저축은행의 부채가 과도해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측은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형 은행인데 걱정할 필요 없다"며 "중앙부산 말고 대전 전주 저축은행도 계열사로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로 그룹은 PF사업장 하나하나를 일일이 점검하며 판단한 결과 부채 문제가 과도하다고 생각해 결국 인수를 미뤘다. 만에 하나 계열 은행 한 곳을 인수했더라면 그대로 영업정지를 당할 뻔 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뉴스토마토 임효주 기자 there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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